5대 지방銀 순이익 8377억…1년 만에 1500억 급감
이자 마진 줄고 충당금 부담은 늘고…비상구 '깜깜'
국내 5대 지방은행들이 손에 쥔 이익이 올해 들어 1500억원 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하는 저금리로 인해 이자 마진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지방은행들의 영업 거점인 지역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방은행들의 영토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8377억원으로 전년 동기(9904억원) 대비 15.4%(1527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선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559억원에서 2577억원으로 27.6%(982억원)나 줄었다. 이어 대구은행은 2365억원에서 2035억원으로, 경남은행은 1626억원에서 1481억원으로 각각 14.0%(330억원)와 8.9%(145억원)씩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광주은행도 당기순이익이 1397억원에서 1377억원으로 1.4%(20억원) 줄었고, 전북은행 역시 957억원에서 5.2%(50억원) 감소한 9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렇게 지방은행들의 성적이 동반 부진에 빠진 요인으로는 우선 코로나19 이후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처럼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 실적의 핵심인 이자 마진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유래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은행들도 악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지방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조사 대상 기간 3조809억원에서 3조26억원으로 2.5%(783억원) 줄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부담은 충당금이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에서 일부 제하는 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이 때문에 충당금이 몸집을 키울수록 그 만큼 은행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5대 지방은행들은 충당금 전입액을 3486억원에서 4681억원으로 34.3%(1195억원)나 늘렸다.
지방은행들이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고 있는 것은 그 만큼 대출에 잠재된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실 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빚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방은행들의 기반인 지역 경제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어려움을 더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방 경제의 주축인 수출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회복이 더뎌지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에도 권역별 경기는 전 권역에서 악화를 기록했던 전 분기 수준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경기가 개선으로 돌아선 곳은 제주권이 유일했다.
더욱 문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런 추세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중은행들이 지방까지 영업을 강화하면서 가뜩이나 지방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던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해 지방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던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대형 시중은행들이 가져가면서 이 같은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이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생산적인 경쟁보다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지방까지 진출할 필요가 있느냐"고 꼬집을 정도였다.
아울러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문화는 지방은행의 지위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디지털에 특화된 인터넷은행을 넘어 핀테크 업체까지 금융권을 파고들면서 오프라인 은행 지점의 역할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은행으로서는 충성도 높은 지역 고객들을 잡아 둘 명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지방은행들의 부진이 겉으로 보기엔 코로나19 악영향이 큰 것 같지만 이는 단지 위기의 촉매제였을 뿐,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오던 제조업이 무너지기 시작한 이래 지방은행의 역량 약화는 예고된 먹구름이었다"며 "수도권으로 경제가 집중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지방은행들도 기존의 영업 기반에서 벗어나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