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문재인 정권의 장관(1)


입력 2020.11.25 07:00 수정 2020.11.24 08:28        데스크 (desk@dailian.co.kr)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통치 행위’ 아닌 ‘정신 나간 짓’

사라지는 비용, 국민들 부담 전기요금, 산업 생태계 고사 손실

ⓒ데일리안 DB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아나, 모르지?”


오래 전(1992년 12월) 부산 ‘초원복집 사건’으로 알려진 회동에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했다는 말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김똘똘”이라고 귀염을 받을 정도로 명민(明敏)했던 김 전 장관이 부산시장, 교육감, 국정원 부산 지부장 등 기관장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면, 장관이 진짜 좋긴 좋은 모양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면, 백운규 전 산자부장관(2017.7 ~ 2018.9)도 이 자리에 상당히 집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공과대학 교수를 하다가 문재인 정부의 장관에 기용됐는데, 2018년 4월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됩니까?”라고 보좌관에게 묻더라는 말을 당일 전해 듣는다. 대통령이 궁금하면 물어 볼 수도 있는 거지, 그 말을 전해 들은 백 장관은 바로 혼(魂)이 나가 버리니 참 딱하다.


일각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통치행위’라고 하는데, 이것이 ‘통치행위’인지 ‘정신 나간 짓’인지, 한번 살펴보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의 운영 허가기간(1983~2012) 만료를 앞두고, 2009년 봄부터 7000억원을 들여 핵심 설비인 압력관을 모두 교체하고 유럽 보다 강화된 기준에 따라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거쳐 ‘새 발전소’를 만들었다.


공사를 마친 한수원은 2009년 말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5년간의 깐깐한 안전성(安全性) 심사를 마치고, 2015년 2월 추가 가동 10년을 승인했다.


그 뒤 2017년 대통령과 산업부장관이 바뀌었고, 원전 조기 폐쇄에 미온적이던 한수원 사장은 2018년 초,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쫓겨난다.


2018년 4월 2일, 대통령의 ‘그 질문’ 사실이 전해지자, 산자부가 바빠졌다. ‘순리대로 월성 1호기를 2년 반 더 가동하겠다’는 보고서를 올린 주무 과장에게 장관이 “너 죽을래?” 라고 협박한 것도 이때였다. 4월 4일 ‘즉시 가동 중단’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로 보내니, “됐다”라는 회신이 온다.


사실 그 보름 전(3월 15일), 산자부는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 폐쇄를 의결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정지’ 심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 2년 반 정도 시간이 걸리니까, 그 동안은 계속 가동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장관과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죽지 않기 위해’ 보름 만에 이를 뒤집는 보고서를 만든 것이다.


그 보름 사이에 대통령의 ‘질문’이 있었고, 그 말을 전해 듣고 혼비백산한 장관이 있었다.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게 만든 장관은 이어 근거 조작 작업에 들어간다. 안전성(安全性)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5년 이상 깐깐하게 따진 결과 “좋다”고 했으니까, 남은 것은 경제성(經濟性)이다.


산자부는 한수원에 압력과 협박을 가하고, 한수원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에 압력을 가해 가동률과 발전 단가(單價)를 두 차례에 걸쳐 조작한다. 선(先)청와대 보고 후(後) 조작, 이게 대한민국 산자부의 모습이다.


또 있다. ‘경제성 조작’과 관련한 여론이 좋지 않자, 국회는 2019년 가을 여야 합의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다.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그날 밤 12시 사무실에 몰래 잠입한 공무원은 관련 문건 444건을 밤새 폐기한다. 그리고 감사원에는 “제출할 서류가 없다”고 회신한다.


이날 밤 산자부 공무원은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 이런 문건도 함께 폐기했다. 멀쩡한 남한 원전은 수치를 조작해 폐쇄하면서, 북한에 새로운 원전(原電)을 지어줄 구상은 어떻게 가능 했을까. 대통령의 뜻인가, 장관의 혜안인가?


원전을 둘러싼 이런 일들이 과연 ‘통치 행위’인가 ‘정신 나간 짓’인가?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다 한” 백 장관도 이 일이 있고서 다섯 달 뒤 ‘그 좋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긴 ‘질문 한 마디’로 백 장관을 혼비백산케 한 대통령도 일 년 남짓 있으면 물러난다.


‘새 발전소’와 다름없는 원전을 조기 폐쇄하면서 사라지는 비용이 수 조(兆)원,앞으로 국민들이 추가 부담할 전기요금과 원전 산업 생태계의 고사(枯死)에 따른 손실 등 수백조원은 또 어떻게 되는가?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