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갈수록 좁아지는 ‘청약 문’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박함 계속”
청약시장 경쟁률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이른바 ‘무순위 줍줍’ 인기도 치솟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 당첨 부적격자 발생 등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을 대상으로 하는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 수십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2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지난달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온 ‘세종 리더스포레 나릿재마을 2단지’는 1가구 모집에도 24만9000여명이 몰렸다.
이 분양권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다주택 문제로 처분한 것으로, 청약 당시 해당 사이트가 마비돼 신청 시간이 당초 정오에서 오후 6시로 연장되기도 했다. 해당 물량의 분양가는 4억4190만원으로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10억원의 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주 진행된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전용 84㎡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도 총 1만6505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물량 역시 지난해 본 청약을 진행했으나, 중도 계약 해지로 잔여물량 1가구가 발생해 이번에 청약을 진행하게 됐다. 분양가 4억2810만원으로 현재 이 아파트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 매물이 8억원대에 나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4억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의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청약 가점도 보지 않는데다, 일반 공급 당시의 분양가와 같은 가격에 공급되면서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가점이 낮아 일반 청약에는 당첨되기 어려운 3040세대나 아파트값 급등으로 매입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몰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KB부동산 리브온 연구위원은 “주변시세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분양가로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12월에도 서울 등 분양 물량이 적을 것으로 보여 인기지역에서의 무순위 청약 경쟁은 당분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온갖 규제들로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에게도 청약 피해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청약 문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가구 모집에 수십만 명이 몰리는 걸 투기로 보기보단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박함으로 봐야한다”며 “현재 주택청약 종합저축의 서울 지역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에도 집값 상승 불안감이 커지고, 분양시장이 시세 대비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부각되면서 이처럼 청약 경쟁이 갈수록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