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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망치는 노조③] 대기업 노조는 혈세로 살린다는 '근거있는 자신감'


입력 2020.12.02 07:00 수정 2020.12.01 18:02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대량 해고사태 책임론 '벌벌'떠는 정부…강성노조에 코 꿰였나

한국GM 조합원 "회사 망할 각오하고 치킨게임"…평생 고용보장 믿음?

우리나라 주요 사업장에서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이 이뤄지고 기업들은 대항권을 제거당한 채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ILO 핵심협약 비준까지 이뤄진다면 노조 쪽으로 기운 힘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 위기 상황에 놓인 대기업은 나랏돈을 투입해서라도 살린다는 믿음으로 노조가 회사 형편을 고려치 않고 파업으로 압박하는 사례도 줄을 잇는다. 노동시장 유연성 세계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 34위로 최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실을 되짚어본다.[편집자 주]


지난 6월 서울 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일부 강성노조는 생산 차질을 무릅쓰면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회사가 경영위기에 처해도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되살려 줄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이 안하무인적 행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 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6년째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상반기엔 코로나19 여파로 생산과 판매 모두 부진해 회사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비상시국'에도 불구하고 한국GM 노조는 400만원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거부하고 부결시켰다. 앞서 GM 미국 본사는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현장조직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투쟁하나", "이 기회에 똑바로 잡지 않으면 영원한 굴종의 삶이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업계는 한국GM 노조의 이같은 행태가 대규모 인력 고용 사업장의 위기 때마다 전전긍긍하던 정부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실업사태를 우려하는 정부는 혈세를 투입해 고용을 유지시켜 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적 있다.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도 공적자금을 수혈해 경영을 안정화 시켰다.


한국GM 노조 한 조합원은 이같은 전례를 인식한 듯 최근 "공장이 설마 망하기야 하겠냐, 총파업 투쟁으로 사측과 치킨게임을 벌이자"며 "죽기 살기로 싸워 국가에서라도 공기업화, 국유화 등의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기아자동차, 르노삼성 노조도 연이어 파업 깃발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뒷배'로 두고 배짱을 부린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산은의 아시아나 매각 결정에 반발한 것도 혈세 투입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 노조는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통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아시아나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업안정자금을 중단시켜서 파산 시키겠다는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며 "언론에선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떠벌리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업계는 아시아나 매각이 거듭 불발될 경우 산업은행의 출자 전환으로 사실상 국유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아시아나에 총 5조7000억원 규모의 혈세를 투입했다는 점도 예상을 뒷받침한 부분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노조의 행태를 지켜본 여론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노조의 자구 의지가 없는 회사에 혈세를 퍼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생활고 및 취업난 심화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네이버 사용자 'kpen****'는 "회사는 적자인데 노조들은 회사가 망하든 말든 자기뱃속만 챙기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저사람들의 월급을 꼬박 챙겨주는 건 반대한다"고 비판했고, 다음 뉴스 사용자 'rich**'는 "이 난리통에 월급타는 것만도 행운이다"며 "자영업자 다 죽어나가는 판에 집단 이기주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도 한국의 잘못된 노조 문화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한국의 귀족노조는 노동자를 진심으로 대변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집착하는 권력집단"이라며 "공동체정신에 기반을 둔 노사협치가 아닌 노노불신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개최된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노조 측으로 힘이 크게 기울진 탓에 투쟁적 노동운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노조 권리만 선진국 수준에 맞추지 말고, 회사의 대항권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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