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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자제령'에 거센 반발…금융당국 한발 물러설까


입력 2020.12.10 14:59 수정 2020.12.10 14:59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동학개미, 코스피 활황에 찬물 '부글부글'…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금감원, 스트레스테스트로 코로나 뒤에 숨은 부실 찾는 '객관화' 관건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올해 결산배당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자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내린 '연말배당 자제령'이 거센 여론의 저항을 받으며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은행권이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기조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며 정책 방향 조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별 위기대응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은행들이 어느 정도 배당 여유가 있는지 점검해 합리적인 배당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당초 은행권에 "배당을 자제하라"며 노골적으로 배당 축소를 지시하던 상황 보다는 다소 유연해진 입장이다. 최근 코스피가 2700선을 뚫고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연말 시즌엔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가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 소식이 전해진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실제 지난 8일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고꾸라지며 '금융당국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KB금융지주의 주가는 전날 대비 1300원 빠진 4만5900원, 신한지주는 250원 하락한 3만3800원, 하나금융지주는 650원 떨어진 3만4760원, 우리금융지주는 100원 내린 9950원에 각각 마감했다.


이는 동학개미로 불리며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끄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주식 관련 카페와 관련 게시판에는 "금융당국은 시장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것 아니냐", "새로운 형태의 관치다", "금융주 떨어뜨리려는 작전세력인가"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금융지주 '어닝 서프라이즈' 맞설 근거 찾기 어려워 난감


'금융주 연말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7일 올라온 청원은 10일 현재 19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정부가 공식 답변을 해야하는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답변자로 나서서 성난 여론을 달래야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여론의 반발과 마주한 금융당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배당 축소를 권고할 근거를 찾아야 하지만, 올해 3분기 국내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깜짝 실적을 냈다.


현재 수치상으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여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3분기말 기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6.02%로 지난 2분기말보다 1.46%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지주사의 총자본비율도 14.72%로 전 분기 말보다 1.02%포인트 개선됐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코로나19 뒤에 숨은 부실 찾는 '객관화' 작업이 연말 배당 시즌 내에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 많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종합적으로 분석해 결과에 따라 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와야 (배당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 축소 여부는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인데, 금융당국이 시장의 반발을 사고 있어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측하지 쉽지 않다"면서 "금융사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당국이 동학개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이라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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