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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무너진 텔레마케팅…생보사 언택트 기대 '물거품'


입력 2020.12.16 06:00 수정 2020.12.15 11:2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TM 판매 초회보험료 559억…1년 전보다 29.1%↓

콜센터 집단감염 '직격탄'…비대면 채널 공백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 텔레마케팅 초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텔레마케팅(TM) 영업 실적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곳곳의 콜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감염의 진앙지가 되면서 TM 조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생명보험업계의 언택트 채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TM 판매망이 이처럼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보사들의 아쉬움은 커져만 가고 있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생보사들이 TM 판매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559억원으로 전년 동기(788억원) 대비 29.1%(229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흥국생명의 TM 채널 초회보험료가 같은 기간 180억원에서 64억원으로 64.4%(116억원) 급감하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아울러 교보생명의 TM 초회보험료도 192억원에서 92억원으로 52.1%(100억원)나 줄었다. 생보업계 TM 시장의 최대 사업자인 라이나생명의 해당 금액도 134억원에서 124억원으로 6.9%(9억원) 감소했다. 이밖에 삼성생명·한화생명·NH농협생명·AIA생명·푸본현대생명·KDB생명·DB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대부분 생보사들의 TM 초회보험료가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생보업계의 TM 영업 축소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역풍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신한생명과 KB생명 등 여러 지역의 생보사 콜센터에서 크고 작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진 탓이다. 이로 인해 콜센터 근무를 둘러싼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TM 영업 근로자들의 근무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물론 TM 영업의 타격은 생보업계뿐 아니라 손해보험사들 입장에서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더 큰 이유는 TM 이외에 별다른 비대면 영업 창구가 없어서다. 반면 손보업계는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보험 판매가 이뤄지는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생보사들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CM 판매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불과 198억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3억원)과 비교하면 38.5%(55억원)나 늘어난 액수지만, 여전히 TM 채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또 생보업계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그치며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손보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CM 채널에서 2조3109억원에 달하는 보험료 수입을 올린 것과 크게 대비되는 현실이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TM 채널이 위축되는 흐름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넘어 결국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이미 주요 생보사들 대부분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콜센터 근무에 대한 제한 조치 강화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라이나생명 등은 콜센터를 대상으로 시차출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화생명도 콜센터 재택근무 시행에 돌입했고, 신한생명은 콜센터를 3교대로 운영 중이다.


이런 악조건으로 인해 생보업계의 비대면 영업은 역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금융권 전반에 언택트 영업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실과 대비하면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TM 채널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조명을 받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TM 판매 역시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가 되면서 내심 안타까움이 큰 생보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 TM을 대체할 CM 채널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악재 극복을 넘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해서라도, CM 판매 확대 전략은 피할 수 없는 과제란 평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처럼 일원화 된 보험이 없고, 보장 구조가 복잡한 상품의 특성 상 생보업계에서는 설계사를 통한 대면 판매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하지만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고, 비대면을 선호하는 미래 고객의 성향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이제라도 하루 빨리 언택트 상품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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