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전, 전기요금 체계 개편 확정, 내년 시행
내년 상반기 소비자 전기료 1조원 인하 효과
기후환경 비용, 소비자가 알기 쉽게 분리 고지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 2022년 7월 폐지
정부가 발전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연료비 연동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특수' 저유가 시기에 도입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누려 반발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만일 코로나19 팬데믹이 회복돼 유가가 다시 상승하거나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전기료가 겉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올라 저소득층 위주로 피해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한전이 개편안을 마련해 전날 산업부에 제출했고, 이날 전기위원회 심의와 산업부 인가를 받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우선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의 무역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방식으로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 왔다. 소비자들은 요금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반면, 한전은 고유가 시 치솟는 연료비를 감당해야 해 불만이 제기돼왔다. 이번 연료비 연동제 시행으로 한전은 이러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에 따라 급격한 요금 인상이나 인하 등 소비자 피해와 혼란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세 가지 보호장치를 뒀다.
이에 따르면 단기간 내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 발생 시에는 정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유보 조항'을 마련했다.
또한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조정요금은 최대 ±5원/kWh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대비 3원'까지만 변동 가능토록 했다. "상하한 ±5원 도달시 그 이상으로 인상 또는 인하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나아가 분기별 1원/kWh 이내 변동시 조정하지 않는다는 미(未)조정 기준을 마련해 빈번한 요금조정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됨에 따라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된다"며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이 커져 합리적인 전기소비 유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저유가로 연료비 조정요금이 인하돼 내년 상반기에만 총 1조원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가가 급상승할 경우에는 전기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기후·환경 관련 비용도 별도 항목으로 분리, 고지된다. 현재는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있어 소비자들은 기후·환경 관련 비용을 알 수 없었다. 기후·환경 비용이란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ETS),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 등 발전업체가 환경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이 비용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요금 고지서에 표시하면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제도 취지나 비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높이고,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도 넓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정부는 기후·환경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년 전기요금 총괄원가를 사정할 때 비용 변동분을 포함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제도도 손을 봤다. 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대해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할인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2022년 7월 폐지한다.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됐으나, 당초 취지와 달리 전기를 덜 사용하는 고소득 1∼2인 가구에 할인 혜택이 집중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산업용에 적용 중인 계절별·시간대별 선택 요금제를 주택용에도 도입한다. 시간대별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주택용 스마트미터기(AMI) 보급률을 고려해 우선 제주지역부터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