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박형준·이언주, 文정부 586운동권 세력을
'가짜 민주 세력' 규정…진짜는 YS 민주 세력
與 김영춘, 저서에서 YS 이야기 상당 부분 할애
내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에서 'YS(김영삼 전 대통령) 바람'이 불고있다. 여야 부산시장 보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YS 마케팅'을 펼치면서다. 부산은 경남과 함께 YS의 정치적 본거지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16일 부산 중구 충혼탑과 민주공원을 찾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인 부산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평생을 받친 김영삼 대통령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며 "YS 정신이 곧 '부산의 정신'이다. YS께서 남기신 정치적 유산을 이어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굴의 신념, 개혁 의지, 담대한 용기와 결단의 리더십을 기리기 위해 'YS민주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586 운동권 세력'이 독재 세력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민주화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소수의 세력들이 그 과실을 독점하며 독재 권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17일 출마 선언 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3일 김무성 전 대표가 주도하는 포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태를 보면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민주화 세력 중 YS세력과 DJ(김대중 전 대통령)세력을 가짜 민주화 운동권 세력과 분리해서 재평가·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아닌 세력·인민독재와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전선을 확대하고 가짜 민주화 세력을 갈라치기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YS의 민주화 정신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YS의 (정치적) 근거지인 부산에 YS기념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고통에 대하여'(부제 : 1979~2020 살아있는 한국사, 이소노미아)에서 상당 부분을 YS와 관련된 이야기로 채웠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사무총장은 1987년 YS가 통일민주당 총재이던 시절 상도동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YS의 '셋째 아들'로 불리며 YS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당적으로 서울 광진구갑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003년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때 같이 탈당한 김부겸·안영근·이부영·이우재 전 의원과 김 사무총장은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렸다.
이처럼 여야 후보들이 앞 다퉈 YS를 소환하고 있지만 각자 정치적 목적은 미묘하게 다른 모양새다.
박 교수와 이 전 의원은 현 정부의 '586 운동권 세력'을 '가짜 민주화 세력 및 전체주의 운동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독재 타도를 외친 YS 민주화 세력을 '진짜 민주화 세력'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보수정당이 선거 때마다 요긴하게 써먹었던 '박정희 향수'의 효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증발해 버린 것은 물론 현재 유력한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YS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 사무총장은 '문재인 마케팅' 대신 'YS 마케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현재 여권을 향한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