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6개월 안에 요기요 팔라"…배달의민족 M&A에 초강수 둔 공정위


입력 2020.12.28 12:39 수정 2020.12.28 12:3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공정위 배민-요기요 M&A 심사 결과 발표

매각 전까지 현상 유지…수수료 인상 금지

2위 카카오 주문, 점유율 25%p 이상 차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앱 사업자간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 심사에 초강수를 뒀다.


배민을 인수하려면 6개월 안에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요기요 매각이 끝나기 전까지 배민 M&A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6개월 이내에 DH가 보유한 DH코리아(요기요 운영사)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팔고, 이 매각이 끝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면서 "이번 DH-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간 기업 결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구조적 조처와 행태적 시정 조치를 적절히 섞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기간 안에 DH가 DH코리아를 팔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최대 6개월까지 매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제한 사항은 더 있다. 우선 요기요 및 '배달통' 등 DH가 보유한 다른 배달 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을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


소비자에게는 매월 전년 동월 이상의 프로모션 금액을 써야 하고,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으며, 배달 앱 속도나 정보 제공 항목 등을 조정해 다른 배달 앱으로 전환·유인하지 못하도록 했다. DH는 요기요 배달원의 근무 조건을 불리하게 바꾸거나, 소비자·음식점 데이터베이스(DB) 등 정보 자산을 이전하거나 공유해서도 안 된다.


공정위가 이런 초강수를 둔 것은 배민-요기요 합병이 관련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배민·요기요 등 배달 앱이 프랜차이즈 본사가 운영하는 자체 앱이나 전화 주문과는 다른 별개의 시장으로 판단했다.


배달 앱 시장의 경우 배민·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9.2%(직전 연도 거래 금액 기준)에 이른다. 2위인 '카카오 주문하기' 서비스와의 격차는 25%포인트(p) 이상이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는 요건(▲시장 점유율 50% 이상 ▲1위 ▲2위와의 점유율 격차가 25%p 이상)에 해당한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쿠팡이츠'의 경우 전국 시장 점유율이 5% 미만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배민·요기요의 점유율은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히 쿠팡이츠는 '1주문 1배달'의 고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주문 밀도가 높지 않은 지방 각지까지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관측이다. 조 위원장은 "쿠팡이츠가 배민·요기요에 충분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올해는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이 일부 지역에서 약진했지만, 배민과 요기요의 수수료율은 그대로였거나 오히려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배민·요기요가 압도적인 정보 자산을 바탕으로 이탈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 대상 고효율 마케팅을 펼치면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이 M&A로 배민·요기요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이 감소하고, 음식점 수수료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보다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지역에서는 주문 건당 쿠폰 할인을 덜 제공했다는 사실이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배민·요기요가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음식점의 이탈률은 1% 미만이었다.


공정위는 또 배민·요기요 M&A가 배달 기사와 오토바이만 두는 배달 대행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배민 라이더스' '요기요 익스프레스' 등 자체 배달 서비스 때문이다. 서울·경기·인천 내 배민·요기요 자체 배달 서비스의 배달 대행 시장 점유율은 약 20%(2019년 12월 배달 처리 건수 기준)로 업계 3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배민·요기요가 자사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음식점을 우대한다면 배달 대행업체의 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배달 앱 업계에서 자체 배달 모델이 더 확산하면 배달 대행업체가 배달 앱 시장에도 함께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이 경우 배달 대행 시장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공유 주방 문제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6개 사업자가 40여개의 공유 주방을 운영하고 있고, 이곳에는 400여개의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이들의 배달 앱 매출액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DH는 해외에서 공유 주방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배민·요기요가 자사 공유 주방 입점 음식점을 우대하는 등 경쟁 사업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다.


배달 앱 시장에서 신규 경쟁사가 등장할 가능성과 관련해서 공정위는 "카카오 주문하기가 지난 2017년 이 시장에 들어온 뒤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2년 안에 배민·요기요의 수수료 인상이나 프로모션 축소를 억제할 만한 경쟁사가 등장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배민·요기요가 한 회사가 되면 주문 밀도가 상승해 배달 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DH의 주장에 공정위는 "라이더 1인당 배달량이 증가해 배달 시간이 오히려 증가하는 혼잡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이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또 이런 효과는 M&A보다 경쟁 제한 제한성이 더 적은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유준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