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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고령화 역풍에 생존 보험금 출혈 커진다


입력 2020.12.30 06:00 수정 2020.12.29 10:3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생존급여금 지출 8조원 돌파…1년 만에 7000억 이상↑

연금 늘고 생존률 높아지고…장수 리스크 위기감 증폭

국내 생명보험사 생존급여금 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고객들이 사망하지 않음으로써 받아간 이른바 생존 보험금이 1년 새 7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올해만 벌써 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금보험 지급액이 누적되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생존율이 높아진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안 그래도 경영 위기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에 이 같은 장수 리스크는 또 하나의 무거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지급한 생존급여금은 총 8조25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2968억원) 대비 10.0%(728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존급여금은 계약 만기나 중도해지, 상해·입원 등에 따른 보험금 외에 생존을 이유로 지급된 돈으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대형 생보사들을 살펴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생존급여금이 같은 기간 2조914억원에서 2조1198억원으로 1.4%(284억원) 늘었다. 교보생명 역시 9275억원에서 1조652억원으로, 한화생명도 9484억원에서 1조470억원으로 각각 14.8%(1377억원)와 10.4%(985억원)씩 생존급여금이 증가했다. 이밖에 NH농협생명(8049억원)·흥국생명(5500억원)·동양생명(4288억원)·신한생명(4176억원)·미래에셋생명(3243억원)·ABL생명(2179억원)·KDB생명(1724억원) 등이 생존급여금 규모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생보업계의 생존급여금 지출이 확대되고 있는 주요 배경으로는 연금보험 상품이 꼽힌다. 사망하지 않고 연금 보험금을 계속 타가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생보사의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 형국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노후대비 목적으로 개인연금에 가입했던 보험 계약자들의 연금 수령이 본격화하면서 생존급여금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의료 여건의 개선도 생존급여금을 떠받드는 요소로 평가된다. 새로운 의료 기술이 도입되면서 중증 질환에 걸려도 사망에 이르기보다 수술이나 통원을 통해 장기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보험금 지급도 함께 늘고 있어서다.


이렇게 여러 원인들이 맞물린 생존급여금 증대는 생보업계에 장기적인 리스크가 되고 있다. 생보사들은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보험 시장의 여건 상 보험료 수입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보험금 누수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와중 누적되는 생존급여금 지출은 이런 노력을 저해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즉, 생보사 입장에서 들어올 돈을 늘릴 구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돈이 나갈 구멍만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생보사들이 보험금과 각종 급여금 등으로 고객들에게 내준 돈은 47조6146억원에서 48조5169억원으로 1.9%(9023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생존급여금 증가율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대로 보면 그 만큼 생존급여금 지출이 빠르게 늘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흘러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보험사가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부쩍 낮아진 금리로 인해 투자 성과를 내기 힘겨워진 현실 속, 그나마 굴릴 수 있는 자산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출혈은 더욱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처럼 낮아진 금리는 당분간 보험업계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더욱이 과거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며 대량의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던 생보사들에게 추락해버린 금리는 향후 경영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제외한 보험업계 전체 수입보험료가 내년엔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면서, 생보사들의 경우 아예 0.4%의 역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심화에 따른 압박이 현재 생보업계의 당면 과제라면, 장수 리스크는 이제 막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구조적 이슈로 봐야 한다"며 "고객들의 고령화에 따른 비용 문제가 향후 생보사들의 경영 체질을 판가름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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