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2위·3위 기업 분쟁하는 사이
휴젤 나홀로 '승승장구'
종근당·동화약품 등 후발주자들도 뛰어들어
국내 보톡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휴젤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를 통해 선두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ITC 소송전을 끝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반격이 시작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시장에서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가 72%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제품 '보툴렉스'가 40% 이상의 점유율로 선도하고 있다. 이어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뒤따르고 있다.
휴젤은 국내를 넘어 일본, 태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대만,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페루,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파나마, 도미니카,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 총 24개국에서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시판 중이다.
또 지난해 1월 국내 톡신업체로서는 최초로 대만에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같은해 10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취득했다.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 문턱을 넘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에게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손꼽힌다. 약 5000억~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공식적인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연평균 약 3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민들 중 보툴리눔 톡신 경험률이 1% 수준에 불과해 성장성이 높다. 게다가 현지 판매 허가를 획득한 기업이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 중국 란저우연구소의 BTX-A, 프랑스 입센 3곳에 불과해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휴젤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 분쟁을 벌인 것이 뼈 아팠다. 지난해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메디톡스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성을 인정하지 않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7월 ITC 예비판결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으나 이번 최종판결에선 21개월로 단축됐다.
메디톡스는 ITC 판결을 유리한 증거로 보고 국내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ITC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항소하기로 해 소송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ITC가 예비판결을 뒤집었다고 보고 '사실상 승소'라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ITC 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를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올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소송전을 마무리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 휴젤의 압도적인 1등 자리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종근당, 동화약품 등 후발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업계 판도는 흔들릴 수도 있다. 이들 기업의 제품이 치고 나올 경우 휴젤과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3강 구도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메디톡신(메디톡스), 보툴렉스(휴젤), 나보타(대웅제약), 리즈톡스(휴온스), 원더톡스(종근당) 등 총 8개 제품이 나와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4월 바이오업체 제테마와 보툴리눔톡신 치료제 공동개발에 나서기 위해 협약을 맺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각종 소송으로 주춤하는 사이 휴젤의 선두 자리가 공고해졌다"면서 "가장 중요했던 ITC 소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