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000억원 가량 매출 올린 제3자반송 연말로 종료
올해부터 다회발송 허용됐지만 하늘길 제한에 효과 적다는 지적
실질 구매한도 증가에 중국 보따리상 유치 경쟁 과열 우려도
적극적인 규제 폐지에 중국 면세업체 글로벌 1위로 점프
새해를 맞는 면세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주요 산업들이 코로나 이후를 고민하는 포스트 코로나에 돌입했지만 면세업계는 기약 없는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유통업종의 경우 내수시장 비중이 큰 반면 면세산업은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성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닫힌 하늘길로 인해 국내 입국 외국인이 급감한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제3자반송 허용 정책까지 작년 말 종료되면서 업계는 여전히 칼바람을 맞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3211억원으로 전년인 2019년 연간 매출 24조8586억원 대비 42%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작년 1월만 해도 월 매출이 2조원을 넘었지만 올 들어서는 1조원도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작년 연말로 정부의 제3자반송 일시 허용 지원이 마무리되면서 현재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제3자반송 대신 정부는 올해부터 다회발송을 허용키로 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업체 간 경쟁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다회발송 제도는 입국한 외국인이 국내 체류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해외로 물품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입국을 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영국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각국이 하늘길을 제한하는 상황인 데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가격이 오르고 입국 시 2주간 자가격리 등 일정이 길어지는 점도 중국 보따리상의 한국 입국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만료된 제3자반송 허용 정책은 국내에 입국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어 코로나19 시대 맞춤형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조치에 업계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대형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품 발송 이후 2개월 내 출국해야 하는데 한국 입국과 자국 귀국 시 자가 격리 기간 등을 포함하면 면세품 구매를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체류기간이 6개월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일반 외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국내 여행객 또한 줄면서 보따리상의 면세품 구매 비중이 더욱 높아진 탓이다.
또 일각에서는 다회발송으로 중국 보따리상의 구매액이 증가한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면세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각종 할인경쟁 등 치킨게임식 경쟁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만이라도 제3자반송 허용을 연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제3자반송을 통해 6000억원 가량의 면세품 판매가 이뤄졌다.
아울러 연간 1000억원 규모의 특허수수료 감면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면세사업자가 재난으로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본 경우 특허 수수료를 깎아주는 내용이 담긴 관세법 개정안은 작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수수료 할인율 등 세부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인데 중국 정부는 자국 면세산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매 한도나 구매품목 등 규제를 풀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요 면세업체들의 매출과 글로벌 순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 1위 면세업체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의 경우 글로벌 매출 순위가 기존 4위에서 작년 상반기 1위로 올라섰다. 반면 2위였던 롯데면세점은 3위로, 3위였던 신라면세점은 5위로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면세산업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 면세업계는 생존을 위해 영업 단축과 주 3~4일 근무 등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정부 지원 없이는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