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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정부의 섣부른 코로나 백신 호언장담


입력 2021.01.14 07:00 수정 2021.01.13 21:36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한국이 11월 말까지 전 국민 접종을 완료하려면 적어도 4주(1개월)에 500만명 이상 접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918~1919년 H1N1 바이러스 '스페인독감'은 최대 1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유럽에서 아프리카, 태평양까지 전세계 인구 3분의 1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10~20%가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 사망자가 3800만명인데,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이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100여년 후인 2021년에도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세계 9000만명을 감염시키고도 무섭게 확산하는 중이고, 희생자도 194만4768명에 달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의 백신이 개발돼 세계 각국에서 접종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음 달부터는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낭보가 들려온다.


정부는 이달 중 백신 예방접종계획을 확정하고, 최대 3600만명을 우선 접종대상으로 지정해 순차적으로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65세 이상, 19∼64세 위험도가 중등도 이상인 만성 질환자 등을 우선 접종대상으로 고려했지만, 50∼64세 성인까지도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전국민의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일반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3분기 안에 시작한다고 한다. 집단면역은 일정한 인구가 면역력을 얻어 감염병이 퍼지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백신을 활용해 올해 11월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의 스케줄표대로라면 11월까지 최소 3628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 이상 맞아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종류가 다양하고 접종 방식이 각기 달라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가장 빨리 접종에 나섰던 이스라엘도 3주간 170만명 접종에 그쳤고, 백신을 개발한 국가인 미국도 당초 목표했던 접종량의 10%밖에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이 11월 말까지 전 국민 접종을 완료하려면 적어도 4주에 500만명 이상 접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전국민이 백신을 금방이라도 맞을 수 있고, 마치 집단면역이 쉽게 형성될 것처럼 호언장담하는 대신 철저한 계획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루속히 백신 사전예약, 접종증명서 발급, 부작용 등 이상반응 모니터링 등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유통과 보관이 까다로운 백신을 어떻게 전달할지, 접종 전 예약이나 사후관리는 어떤 식으로 할지도 세심하게 정해야 한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백신이 확보됐으니 이제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접종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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