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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쌍용차·르노삼성, 구사일생할까


입력 2021.02.03 11:39 수정 2021.02.03 12: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쌍용차, 사실상 4자 협의체 협상 결렬…법정관리가나

유동성 위기 르노삼성, 노조 파업권 확보로 겹악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견 완성차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새 투자자 유치 난항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고, 르노삼성자동차는 노동조합의 파업권 확보로 전운이 드리운 상태다.


쌍용차는 새 투자자와의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이 불가피하다.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되는 수출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 르노삼성은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은 매도자인 인도 마힌드라, 매수자인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모두 이견을 보이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전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AAH오토모티브가 P플랜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출국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4자 협의체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4자 협의체는 마힌드라, HAAH, 산은, 쌍용차 등이 참여하는 투자유치협의회로, 향후 재개 여부는 미지수다.


당초 쌍용차와 HAAH는 이달 초 투자 계획을 맺은 뒤 법원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P플랜(단기 법정관리·Pre-packaged Plan)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P플랜에는 감자를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지분율(75%)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로 올라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HAAH 측은 쌍용차에 투자하는 만큼의 자금을 산은이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HAAH가 투입한 자금은 신차 개발 등 쌍용차 미래 전략을 위해 사용하고 그 외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산은은 쌍용차에 대한 HAAH측의 구체적인 회생계획 없이는 선(先) 자금 투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HAAH가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P플랜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쌍용차 자금 지원을 놓고 산은과 이견을 보이던 HAAH는 결국 출국했다.


산은은 나중에라도 쌍용차가 HAAH측과 협상을 지속해 투자를 이끌어내고 회생계획을 내놓으면 자금 지원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는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하고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쌍용차는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조 역시 흑자 전환 이전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1년→3년 등 두 가지 조건을 이행해야만 한다. 업계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테이블을 떠난 상황에서 P플랜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HAAH와의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산은에게 납득할 만한 사업계획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별다른 방법이 없는 쌍용차로서는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경영난으로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르노삼성은 노사 갈등으로 XM3 수출 차질을 빚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수출물량 배정을 좌우할 르노그룹 본사마저 수익성 제고를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는 1~2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180명 중 1245명이 찬성해 57.1%의 찬성률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로, 이번 찬반투표 가결로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결정에 따라 언제든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당장 파업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임단협 협상 과정에 따라 언제든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막 수출을 시작한 XM3 생산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25일 유럽 수출을 시작한 XM3는 르노 본사의 계획 물량만큼 차질 없이 만들어 보내더라도 과거 닛산 로그 물량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로그의 경우 계약 물량이 연간 10만대에 달했으나 XM3는 현실적으로 잘해야 5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수출 물량을 맞춰야 하지만 노조가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더욱이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로, 본사의 실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CEO는 14일(프랑스 현지 시간) 그룹의 새로운 경영전략안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며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할 사업장'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특히 데 메오 CEO는 르놀루션 발표 당시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의 SM6와 QM6 후속물량 등 신차 배정 요청에 대해 “3~4개 정도의 교체 모델이 흥미로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르노삼성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XM3 물량 배정 차질 등 다른 사업장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실제 르노삼성은 지난해 전년 대비 34.5% 감소한 11만61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특히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전체 판매의 절반가량을 책임져야 할 수출이 77.7%나 감소한 2만227대에 머물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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