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반발·정치권 입김에 공매도 금지 한시적 제한 재연장
대형주 공매도 허용시, 금지된 중소형주 매수세 커지며 변동성↑
공매도 재개를 한달여 앞두고 금융당국이 급하게 내놓은 처방전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개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려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로 늘어난 동학개미와 정치권 입김으로 두차례에 걸쳐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했고 이후에 공매도를 부분적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월 2일까지 공매도 재개를 미룬 것이 4월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주식시장 공매도 금지를 오는 5월 2일까지 연장하고, 같은 달 3일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뒤부터 시행되는 제한적 공매도 재개 방식에 대해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금투업계에서도 금융당국의 공매도 관련 선택지가 많지 않은 만큼 3개월 추가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매도 금지기간 중 제도개선과 시스템구축 시간이 촉박한만큼 공매도 금지 연장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정치권의 압박과 개미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정치적인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전면금지 연장이 끝나는 오는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되지만 나머지 종목에 대해선 별도 기한 없이 금지조치가 연장된다.
3개월 후부터 시행되는 제한적 공매도 허용 조치에 대해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전면금지와 전면허용이라는 의견이 대립되는 모양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다보니 미봉책으로 나온 정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코스피와 코스닥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허용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주는 테마주가 많은데, 공매도가 금지되면 중소형 테마주들의 주가 버블이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허용이 재개되면 대형주로 몰렸던 개인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옮겨갈 수 있는데 이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동학개미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대형주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비중이 커졌는데 자칫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공매도 타깃이 되면 주가가 크게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셀트리온 역시 대차잔고가 많은 종목 중 하나여서 공매도 우려가 있다. 현재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 잔액 규모는 2조원을 웃돌고 있다. 그 다음으로 잔액 규모가 많은 기업은 에이치엘비로 현대 3000억원대에 이른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들이 공매도 잔고 대부분을 차지한만큼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허용이 자칫 주가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오히려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변동성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총 상위주들이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었는데 공매도 투자자들이 함부로 공매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스피가 3000선에 올라서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현 시점에서는 공매도하기가 더욱 어렵다"며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를 규제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