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층간소음 민원 4만2250건, 작년 대비 61% 증가
이휘재·문정원, 수차례 사과에도 네티즌 비판 이어져
거주자 인식·배려 문화 정착 시급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갈등도 심화됐다. 재택근무의 활성화, 방학을 맞거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되던 층간소음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갈등이 폭행과 살인 등 강력 범죄로도 이어지는 모습을 띠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집계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4만2250건에 달했다. 2019년 2만6257건보다 무려 61%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등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엔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층간소음 폭로 글들이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더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수년이 지난 이슈도 다시 회자되고, 집을 구해주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층간소음 걱정 없는 집’이라고 매물의 강점을 조명한다. 또 층간소음과 관련된 각종 에피소드들이 예능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로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서, 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층간소음 이슈에 접근할 땐 신중함이 동반돼야 한다. 층간소음 논란에 휩싸였던 이휘재는 TV조선 ‘아내의 맛’의 MC로서 스튜디오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과했다. 그런데 다른 출연진이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서 그렇다” “아들만 둘이만 안 뛸 수가 없다”고 그를 어설프게 변호하면서 오히려 사과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휘재의 아내인 문정원도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가 잘못된 단어 선택으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개그맨 안상태 부부는 현재까지도 이웃 간 갈등의 잔재가 남아 있다. 그의 아내 조모씨는 SNS에 “위에 사는 불쌍한 연예인, 아래 사는 불쌍한 키보드워리어”라는 글과 함께 이를 설명하는 그림을 함께 올렸다. 처음 폭로했던 아랫집 이웃의 글에도 “아래층 사람이 악의적으로 쓴 글이다. 그 글만 보고 다 믿지 말라”고 말해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대부분 문제가 커지는 이유는 진정성 없는 해명 때문이다. 물론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건이 공론화되고 비판의 크기가 커지는 것도 있지만, 이를 우려해 급급하게 경솔한 입장을 내거나 ‘사과’가 아닌 ‘변명’으로 종결되는 잘못된 해명 방식이 오히려 상황을 더 크게 만든다는 말이다.
사실 층간·벽간소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법적·제도적 규정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양경숙 의원이 소음을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치권에서 적극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면서 층간소음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당연히 법적·제도적 규정도 필요하지만, 층간소음은 단순히 건축상의 문제 만으로만 볼 순 없다. 거주자의 인식 문제, 생활 방식, 민감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시설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이웃 간 배려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혹여 갈등이 생겼다면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