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 비싸다? 가격 아닌 체험으로 판단해 달라"
'경쟁' 아닌 '시장 확대'에 초점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 1위의 스포티파이가 등장하면서 국내 음원시장의 흐름이 뒤바뀔지 관심이다. 2008년 스웨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3억 2000만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6000만곡 이상의 음원,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확보한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전,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팝의 성장과 함께 국내 음악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숙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터닝포인트’가 바로 스포티파이의 등장이 될 거란 예측이었다.
8일 오후 진행된 스포티파이 론칭 기념 첫 국내 라이브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포티파이 본사 프로덕트 매니저 이스라는 “고도의 개인화, 집중, 혁신”을 스포티파이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그는 “스포티파이는 최신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고 수천 여개의 시그널을 사용하고 있다. 최고의 음악을 추천하기 위해 7000만 개 이상의 음원이 매일 추가되고 3억 4500만 명 이상의 방대한 이용자의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음원 차트 조작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요 플랫폼이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는 일도 있었다. 이스라 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스포티파이는) 최첨단의 기술을 활용해서 순위 조작에 대한 감시가 들어간다. 절대적으로 정확할 수밖에 없는 차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스트리밍, 차트 데이터를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조작에 대해서는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를 없애고 정확한 수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티파이의 등장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에게 경계대상이다. 국내 도합 1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멜론, 지니, 플로는 물론 네이버 바이브, 카카오뮤직, 벅스 등은 스포티파이의 등장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단번에 유의미한 점유율을 올릴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요금’이 거론된다. 스포티파이는 해외 서비스와 달리 국내 서비스에서 광고를 청취하면 별도 비용을 내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정책을 제외했다. 더구나 통신사와 결합된 국내 업체들이 통신사 할인, 무료 이벤트 등 저렴한 옵션을 다수 제공하는 데 반해 스포티파이는 1만원 이상의 요금제가 책정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방상욱 스포티파이 한국 매니징 디렉터는 가격과 관련해 “면밀히 검토하고 책정해 합리적인 옵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프리미엄 듀오 플랜을 그 예로 들고 싶다. 이 요금제는 국내 음원 스트리밍에서는 없던 요금제다. 스포티파이 수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것은 가격으로 판단하지 말고 체험 후에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두 번째 ‘음원 확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아이유, 임영웅, 지코 등 인기 가수들의 음원을 유통하는 카카오M과는 음원 제공 계약을 맺지 못한 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M의 경우 산하에 음악 레이블 4곳을 두고 있고, 음원 유통 점유율 역시 37%에 달해 카카오M과 계약 없이는 국내에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 도입 초기 음원확보에 실패한 애플뮤직도 현재까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박 디렉터는 “한국 론칭은 사용자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파트너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루 4만 개의 곡이 새롭게 공개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신곡이 업데이트되는 좋은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 디렉터는 스포티파이의 방향성으로 ‘경쟁’이 아닌 ‘시장 확장’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시장을 파고든다는 것 보다는 한국 시장을 키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경쟁업체도 그럴 테지만 저희는 자연스럽게 음악 플랫폼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바로 스포티파이가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