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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코미디 트렌드 속에서 지키는 ‘코미디 소극장’의 가치 [D:이슈]


입력 2025.04.01 11:12 수정 2025.04.01 11:1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지난 3월 30일, 윤형빈소극장의 조명이 꺼졌다. 2010년 부산에서 시작해 2015년 서울 마포구 홍대로 확장, 운영한 윤형빈소극장은 수많은 신인 코미디언을 배출하고 이들의 실험을 가능케 하는 무대를 제공했다.


이런 상징적 공간의 소멸은 단순히 하나의 소극장이 문을 닫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전통적인 코미디 플랫폼이 마주한 현실적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급부상은 코미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필연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의 소극장 코미디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이 현실이다.


윤형빈소극장의 운영난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코미디 소극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개그맨 신윤승은 “8~9년째 적자만 보지만 그래도 개그 소극장은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윤형빈 선배님 때문에 저같은 사람도 조금은 빛을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튜브와 같은 대규모 플랫폼이 신인 코미디언들이 더 자유롭게 도전하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극장과 유튜브 플랫폼은 엄연히 다른 ‘장르’로 둬야 한다. 특히 신인들이 직접 관객과 호흡하며 실력을 연마하고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소극장이라는 점만 하더라도 코미디 소극장은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


실제 윤형빈소극장에서도 신윤승, 조수연, 박민성을 비롯해 개그맨 정찬민, 신규진, 김해준, 최지용, 박세미, 유튜브 채널 ‘싱글벙글’ 김두현, 최지명, 이유미, 개그 아이돌 코쿤, tvN ‘코미디빅리그’ 출신 나보람, 박경호, 최우선 등을 배출했다. KBS 33기 신인 개그맨 김시우, 서아름, 이수경, 오민우, 오정율, 장현욱과 34기 강주원, 서유기, 손유담, 조진형 등도 윤형빈소극장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또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코미디가 탄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방송이나 온라인 플랫폼은 대중적인 선호도와 상업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파격적이거나 마이너한 소재의 코미디는 쉽게 시도되기 어렵다. 이 같은 맥락에서 소극장은 제약 없이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코미디를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무대다.


윤형빈소극장의 폐관은 이 같은 소극장의 가치를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운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안타까운 사례다. 이젠 유일한 코미디 소극장인 ‘필근아소극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필근아소극장을 운영하는 개그맨 송필근은 “코미디 극장의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많지 않아 힘들어도 더 버티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소극장은 코미디의 기반이 되어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이 있어야 코미디라는 문화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사실 유튜브가 대세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순 없다. 쉽고, 편하고, 자극적인 걸 추구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지만 그렇다고 공개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공개 코미디 역시 공연의 한 장르로서 실제로 공연장에서 보는 그 쾌감은 절대 흉내낼 수 없다”고 코미디 소극장의 존재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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