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끝까지 '박원순 롤모델' 주장 굽히지 않아
"유가족과 피해자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횡설수설
박영선에 밀려 선택한 노이즈마케팅이라면 최악의 수
민주당도 '피해호소인' 포기…우상호도 피해자 편에 서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박원순이 롤모델'이라는 발언에 정치권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여성단체 등도 우 예비후보를 향해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우 예비후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5일 우 후보를 향해 "범죄 피의자 시장이 롤모델이라는 정신 나간 후보"라고 지칭하며 "즉각 사퇴시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홍종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무리 당내 극성 지지층에게 어필하고 싶어도 정상인이라면 넘을 수 없는 금단의 선을 넘었다"고 했고,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입장문을 발표해 "보궐선거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의 후보로 나서면서도 성평등 관점이 부재한 우상호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런데 어째 비판을 받는 우 예비후보만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 예비후보는 이날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박 시장이 적어도 혁신가로 살았던 만큼은 내가 본받겠다"는 것이라며 "이분의 인생 전체가 내 롤모델이라는 건 아니다"는 성의 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당했던 많은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도 "고(故) 박원순 시장님의 유가족은 또 무슨 죄가 있겠는가. 사실 저는 피해자도 위로를 드리고 유가족도 위로를 드리고 그러고 싶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이어나갔다. 진행자가 계속해서 관련 질문을 하자 "그만하라"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우상호 캠프 상황실장 A씨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비난해 성인식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A씨는 지난 13일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언주 예비후보를 비판하면서 "정치권에 얼씬거리지 말고 노랑머리 김OO이랑 손잡고 변호사나 해"라고 썼다. 또 "유가족을 위로한 우상호의 편지가 왜 2차 가해라고 호들갑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도 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정치권에서는 우상호 예비후보가 박영선 예비후보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나온 '노이즈마케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라고,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는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 예비후보가 이를 의도했다면, 이번 경우에는 명백한 2차 가해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느쪽이었든 우 예비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은 지나치게 안일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유족에 대한 의원님의 공감이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에게는 가슴을 짓누르는 폭력"이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희안한 호칭으로 부르던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말부터는 '피해자'라고 명칭을 바꿨다. 우 예비후보도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이제라도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