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공매도 논란'에 "음주운전 실시간 감시는 비효율적"
윤석헌 '감독 책임론'에 "신호위반은 교통경찰 책임 아니다"
금융권 '숫자논리' 아닌 감성적 접근이 여론에 통할지 주목
금융당국 수장이 펀드사태 책임론과 공매도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리자 공격적인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관료출신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원로학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평소 펴오던 시장논리를 접어두고 감성적 언어로 접근하고 있어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선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이 최근 내놓은 '교통경찰론'과 '음주운전론'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숫자로 말하는 금융당국 수장이 정치인처럼 비유법을 동원해 대중에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주요 현안을 둘러싼 여론 악화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특히 은 위원장은 당국의 최대 골칫거리인 공매도 논란과 관련해 '음주운전 예방론'을 내놓으며 여론전을 폈다. 은 위원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실시간 불법 공매도 감시 시스템 구축 문제를 음주운전 단속 문제에 빗대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은 AI시스템을 개발할 순 있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대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음주운전처럼 불법 공매도 실시간 감시는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사후 처벌강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공매도는 버블을 걷어내는 순기능이 있다"는 식의 정공법으로는 여론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고민 끝에 내놓은 비유법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선 여야 의원들의 쏟아지는 요구에 "공매도 문제는 그만 종결했으면 좋겠다. 시간낭비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한국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문제를 두고도 매서운 반격에 나섰다. 최근 한국은행이 개정안을 '빅브라더법'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내가 한 전화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나"라고 되받았다. 또 "친구에게 축의금을 보내면 그 정보가 은행을 통해 금결원으로 가는데, 금결원이 하루 수 억 건의 정보를 볼리도 없다"고도 했다.
정치인 뺨치는 은성수의 여론전…여론에 뺨맞은 윤석헌
금융권에선 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두고 "마치 정치인 같다"는 얘기가 많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애초에 공매도 논의에서 순기능을 통계로 말하기가 어려운데, 왜 필요하고 사전 예방은 왜 어려운지에 대해 대중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나 한은이나 조용한 집단인데, 전금법 갈등이 여야 정치 싸움처럼 시끄럽다"면서 "은 위원장이 공매도에 펴던 전투력을 이쪽에 쓸 필요는 없지 않나"고 했다.
아울러 윤석헌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금감원의 책임론에 '교통결찰 책임론'으로 맞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 17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펀드사태에) 금감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는 보지 않는다. 운용사의 잘못이 있지만, 소비자들한테 그렇게 판매한 판매사의 잘못도 크다"면서 책임을 금융사로 떠넘겼다. 윤 원장은 이어 "마치 교통경찰과 신호위반자의 관계"라며 "신호 위반을 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다"고 했다.
윤 원장의 방어전에도 사모펀드 부실 관리‧감독에 따른 금감원 책임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을 받아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지는 수모 겪은데 이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태에 전·현직 직원이 직접 연루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감독업무에 나서기에 앞서 '교통경찰의 신호위반'부터 살펴야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