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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좋아하는 대통령이 백신 1호 접종 왜 양보할까?


입력 2021.02.22 09:00 수정 2021.02.22 10:21        데스크 (desk@dailian.co.kr)

여당, 걸핏하면 ‘국가원수 모독’

우리만 국가원수 중한 줄 아나

정권과 너무 잘 맞는 대법원장

ⓒ데일리안 DB

문재인 대통령이 K방역 자랑은 지치지도 않고 하면서, 백신의 안전성 유효성을 보증하는 퍼포먼스에는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퍼포먼스를 좋아하던 문 대통령이! 잘만 되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선전거리가 없을 텐데 아직은 마음이 안 내키는 모양이다.


여당, 걸핏하면 ‘국가원수 모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백신을 맞았다. 미국인들의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그의 솔선수범이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우리 나이로 80세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3세),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61세)도 자국 내에서 자청해 접종 1호가 됐다. 맨 처음 맞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이로 96세인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101세인 그의 부군 필립 공도 서둘러 접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남전에 두 번이나 참전했던 이웃 형님으로부터 당시에 들은 소속부대 소대장 이야기다. 총격전이 벌어지기만 하면 “내 바위 찾아”라고 소리를 질러대더라고 했다. 자신의 엄폐물부터 확보하라 게 소대장의 명령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내 바위’였다던가. 거드름 피우며 지시만 하라고 높은 자리가 있는 게 아니다. 희생의 길을 남 먼저 택하는 것도 ‘지도자의 조건’일 터이다(방역당국이 유난히 65세 이상 접종 보류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내 바위’를 제공하려는 충심인지도 모르겠다. 오해이길 바라지만).


갑자기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 여부가 정치권의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9일 문 대통령을 향해 첫 번째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라고 촉구하면서 비롯된 언쟁이다. 유 전 의원이 엉뚱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백신 불안감이 높아지면 먼저 맞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다짐을 실천할 때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 근무 의료진 일부가 “차라리 사표를 내겠다”고 했을 정도다. 애초 방역당국과 청와대·여당이 아스트라제네카를 싸고 입장 차이를 보였던 것도 백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했다. 그러니 대통령이 나서서 민심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인가. 국가원수는 건강과 일정이 국가기밀이고 보안사항”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문 대통령을 모욕하는 건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까지 했다.


우리만 국가원수 중한 줄 아나


참으로 이상한 반박이다. 정 의원 말대로라면 △백신 접종은 아직 실험 수준이다. △요양병원 입소자와 종사자는 위험을 감수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절대로 안 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미국 영국 등은 국가원수 귀한 줄을 몰라서 고위험군인 고령의 대통령(당선자)이나 여왕 내외에게 남 먼저 백신을 맞도록 했는지도 의아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이기 때문에 꺼려진다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면서 국민을 위험 속에 몰아넣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 정 의원이 ’실험대상‘ 운운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의심할만한 대목도 있다. 26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되 의료진에 대해서는 27일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이다. 의료진에 대한 특별 배려 자체가 문젯거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안전성 유효성을, 정부 스스로가 낮게 평가한다고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건 절대 예사롭지 않은 문제다.


문 대통령은 ‘내 바위’ 뒤에 숨을 것인지 아니면 솔선수범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여당의 일부 ‘대통령에게 충성스러운’ 정치인들은 ‘국가원수 모독’ 운운하며 을러대는 버릇 좀 고쳐야 하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국민이다. 국민의 대표라면서 그 이치도 모르는가.


‘정부·여당’처럼 한 묶음으로 엮을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어쩐지 문 대통령과 케미(chemistry)가 너무 잘 맞아 ‘찰떡궁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행태가 어쩌면 그렇게 정권 측의 모모한 인사들과 흡사한지 신기할 지경이다.


김 대법원장이 19일 자신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입장문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사과’라는 표현이 들었다기에 정말 반성했나보다 했는데 내용은 그야말로 ‘유체이탈’이다.


“최근 우리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일로 국민과 가족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줄 압니다”라고 그는 말을 시작했다. 자신의 언행으로 빚어진 일에 대한 책임을 ‘우리 사법부’에 떠넘긴 것이다. 그 사고구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대법원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당당히 책임을 회피하다니!


정권과 너무 잘 맞는 대법원장


임성근 부산 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라는 사자우리에 던져 넣어준 게 ‘정치적 고려’가 아닌 ‘법 규정 등 여러 사정 고려’였다고 했다. 자기 입으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으면서 그걸 부인한 것이다. 국민을 문맹(文盲)으로 알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태연히 거짓 주장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사법행정 구조를 개편하고 대법원장이 보유한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은 것 역시 그러한 권한이 재판의 독립에 영향을 미칠 추상적인 위험조차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해당 사안에 대해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하여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적 고려’는 자기 입으로 한 말이다. 그런데 마치 남으로부터 부당한 평가를 받아 억울하다는 듯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자기 말에 대한 반박을 저렇게 당당히 할 수 있다니!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줄은 아는 모양인데 문제는 김 대법원장이 그런 잘못을 범했다는 데 있다. 대법원장이 지켜야 할 당위의 책무를 그 자신이 외면한 것이다.


“앞으로도 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초심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한 지방법원의 법원장이던 자신을 하루아침에 대법원장으로 발탁해 준 문 대통령의 은혜에 ‘결초보은’하겠다는 각오였는지, 삼권분립체제와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명감이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초심을 잃고 말고 와는 상관없이 그는 대법원장이 아닌 법관으로서의 준법성 독립성 그리고 양심을 입증하는 일조차도 실패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탰다. 더 큰 잘못은 자신이 살아나기 위해 전체 사법부와 그 구성원들을 방패로 삼은 점이다. 사법부와 법관들의 위신과 신뢰와 권위가 자신의 부정직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임기를 채울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인지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다. 그러니까 법원 내부망에서 후배 법관들로부터 온갖 지탄과 조롱을 받는 것이겠지만….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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