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장으로서의 절박감과 향후 정치적 포석 깔려 있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에서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관련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검찰권 약화가 아니라 검찰을 폐지하려는 시도이고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고 한다"면서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특히 수사청 설치는 형사사법시스템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며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며 여권을 겨냥했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권 폐지를 거론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다"며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충분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때문에 일련의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며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께서 관심의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날 작심발언은 검찰 수장으로서의 절박감과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포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사활을 건 갈등에서도 “총장의 임기는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며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윤 총장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배수진을 진 것은, 수사청 설치가 검찰의 존재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수사청을 저지하지 못하면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수사청 강행 기류를 차단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총장직 사퇴'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윤 총장이 대의기관인 국회와는 뚜렷한 선을 긋고, 국민을 향한 직접 호소로 방향을 잡은 것은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포석을 미리 깔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필요하다면 국회에 가서 설명하기도 하겠지만 국회와 접촉면을 넓힌다고 (수사청 입법을)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며 국회와의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올바른 여론의 형성 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총장이 사실상 국회와의 소통을 포기하고 남은 4개월의 임기 동안 대국민 여론전을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3일 대구고검·지검의 격려 방문을 예고하면서 업무 복귀 이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선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향후 대권과 결부지어 윤 총장의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가 총장직을 걸고 여론전을 본격화할 경우 수사청 이슈를 넘어선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