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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간섭…여권의 최정우 사퇴 압박


입력 2021.03.04 12:28 수정 2021.03.04 12:2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산재 청문회 이어 국회에서 최 회장 사퇴 압박하는 토론회까지

'포스코 회장 자리 = 정권의 전리품' 흑역사 재현 우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총선에서 거둔 압승의 대가로 나눌 ‘전리품’이 부족했던 것일까. 여권이 포스코 회장 자리를 기어이 공석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간 기업이면서도 과거 정치권의 입김에 회장 자리가 좌우됐었던 포스코의 ‘흑역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 두 차례나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국회에서는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자는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었다.


이들은 이례적으로 토론회에 민간기업 CEO인 최 회장의 이름을 내걸었을 뿐 아니라 최 회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노웅래 의원은 “포스코 제철소 내부에는 50년 이상 노후 시설이 즐비한데, 안전설비 투자는커녕 시설 교체와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무리하게 압박해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포스코는 그야말로 살인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 경영진에 대해 확실한 철퇴를 가해서라도 연쇄살인을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미 의원도 포스코의 재해 사고 사례를 언급한 뒤 “3월 중 최 회장은 포스코 이사회를 통해 연임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더 이상 국민 목숨을 담보로 기업을 배불리는 상황을 멈춰야한다”면서 최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회장에게 “후배 노동자들이 얼마나 더 노동 현장에서 피 흘리고 쓰러져야 하느냐”며 “자진사퇴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됐다.


CEO 후보추천위는 포스코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더 이상 정치권의 외풍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구성한 시스템이다.


CEO 후보추천위는 지난해 한 달간 11차례에 걸쳐 투자회사, 고객사, 협력사, 전현직 임직원 등 사내외 다양한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수행했으며, 7차례 회의를 열어 취임 이후의 경영 개혁과 성과에 대해 객관적이고 면밀한 평가를 수행했다.


특히 5차 회의에서는 6시간에 걸쳐 최 회장을 직접 면담하며 그간의 성과와 향후 경영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최 회장이 차기 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검토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었다.


하지만 결국 또 다시 정치권이 개입해 이같은 절차를 뒤집으려는 모습이다.


그동안 포스코 역대 회장은 창립자인 박태준 회장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임기를 끝마친 적이 없었다. 2대 황경로 회장은 취임 5개월 만에 퇴진했고, 3대 정명식 회장도 취임 1년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4~8대 CEO인 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은 모두 연임 후 중도 퇴진이라는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의 퇴임 시기는 정권교체 등 정치권의 중대한 판세 변화와 일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새로 들어서는 정권마다 포스코 회장 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8대 권오준 회장도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에 자리를 내놓았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정권 핵심으로부터 “조기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사의를 밝혔다는 의혹이 일었다.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하는 경제인단에 권 회장이 제외되는 등 포스코가 ‘패싱’ 당하는 모습은 이런 의혹에 무게감을 더했다.


그나마 후임인 9대 최정우 회장은 현 정부와 연관성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CEO 후보추천위와 이사회가 최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시점에 여권에서 사퇴 압박이 이뤄지면서 기어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포스코 회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도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최정우 회장이 사퇴하거나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실패한다는 전제 하에 후임으로 친문실세와 인연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최정우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정치권에서 민간 기업의 CEO 자리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포스코 회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흑역사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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