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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빛과 그림자' 용진이형 야구는 반가운데...


입력 2021.03.06 07:00 수정 2021.03.05 20:2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정용진표 야구단’ SSG 랜더스, 기존 구단에 신선한 자극 기대

국내 굴지 대기업 SK의 프로야구 퇴장은 개운치 않은 뒷맛

정용진 부회장은 야구단 인수 합의 후 개인 SNS에 사진을 올려 팀명을 암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NS

“야구팀 운영 주체가 변할 때가 됐다.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 달라.”


야구단 인수를 강력 추진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온라인을 통해 야구팬들 앞에서 한 말이다.


1352억8000만원을 지불하고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5일 "팀명을 'SSG 랜더스(LANDERS)'로 확정했다"고 알렸다. 신세계그룹 야구단 관계자는 “인천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고,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을 팀명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활발한 SNS 소통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이미지의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의 구단주다. 벌써부터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용진이 형 야구팀’ ‘쓱 랜더스’로 불리며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잘 꿰뚫고 있을 거대 유통 그룹의 KBO리그 진출에 야구팬들에 기대가 크다.


정 부회장이 언급한 돔구장 건립 구상은 고척스카이돔을 능가할 미래의 돔구장 출현을 기대하게 한다. 정 부회장의 구상은 야구의 기능적 가치를 넘어 복합레저를 겸한 미래의 가치 창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야구 외 산업 유치가 필수인 돔구장의 성공 가능성을 키운다.


돔구장 구상에서도 드러나듯, 막내 구단인 SSG 랜더스는 신선한 실험과 시도, 독특한 마케팅으로 기존 구단에 긍정적인 자극을 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의 KBO리그 진출이라는 찬란한 빛 이면에는 찝찝한 그림자도 깔려있다. 거대 그룹 SK의 퇴장이다. 악재 없는 매각이라 야구 관계자들은 “찝찝하다. 소름이 돋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악재가 없는데 한국시리즈 4회 우승팀이 매각된다는 것이 개운치 않다는 얘기다. 모기업 경영난 등으로 야구단 매각과 인수가 이뤄졌던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의 한 구단 관계자는 “재정악화로 인한 구단 매각은 있었지만 (자금력과 같은)운영 능력이 되는데 야구단을 매각한 사례는 없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지만 축구단과 농구단은 유지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SK와이번스

적자를 예상하고도 연간 500억 원 내외의 운영비가 투입되는 프로야구단 운영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내수 보다는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거대 기업 입장에서 국내 스포츠인 프로야구단 운영이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효과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내에 프로야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들도 UEFA 유로파리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PGA 골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O리그가 글로벌화 되어가는 대기업들 눈높이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체육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SK가 마케팅 효과 때문에 프로야구를 떠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KBO와 각 구단들은 입장 관중 수치에 취하지 않고 적자 구조를 면할 수 있는 ‘프로야구 산업화’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달라”는 정 부회장 말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산업화를 가로 막았던 문을 열어젖히고 신세계로 향하는 시발탄을 쏘아 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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