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 완화 105%까지 6→12월
대출액 증가 속에서 예수금 확보 '빨간불'
금융당국이 예대율(예수금 대비 산출금) 규제를 한시적 완화하면서, 은행권의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였으나 고민은 여전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 지원 독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예대율을 유지하려면 결국 예금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초저금리까지 맞물리면서 예적금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정부 예대율 규제 완화에 따라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은행의 예대율 규제와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을 6개월 연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6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예대율 완화는 12월 말까지 기간이 늘어났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100%가 기준이다. 쉽게 말하면 은행이 100만원 대출을 하려면 예금 등 예수금이 100만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기업, 중소상공인 등의 대출액이 증가하자, 당국은 예대율을 5%p 이내 위반에 대해 제재를 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예대율 한도를 100%에서 105%까지 확대한 것이다. 즉 은행들은 동일한 예금 잔액으로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예대율 110%까지 허용된다. 이번 조치로 예대율 규제 기간을 더 연장한 것이다.
예대율 규제 완화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금융권이 코로나19 대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은행들의 예대율은 이미 목까지 차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예대율은 각각 101.7%, 100.2%, 우리은행은 99.1%, 신한은행은 98.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의 예대율은 96.9%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이번 연장 조치로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지만, 당국의 기대와 달리 대출 여력이 단기간 급격하게 증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완화 연장으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규제가 정상화됐을 때 늘어난 대출을 다시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대출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는 1003조1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전월대비로는 6조7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도 995조3000억원까지 증가, 1000조원에 육박했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독려하는 만큼, 시중은행은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예대율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최근까지 소홀했던 예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요구불 및 정기예금과 CD, 커버드본드(CB) 추가 발행 등을 통해 예수금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도 기대된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저 금리는 11일 현재 0.3~0.9%(기본 금리 기준)이다. 세금을 떼면 최대 0.76%에 그친다. 전년대비 예금 이율이 1.5%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토막이 난 수준이다.
관건은 금리 인상폭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NIM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서 자금조달비용을 뺀 수치로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이다. 최근 2년 NIM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9년 NIM은 1.48~1.62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38까지 떨어졌다. 금리를 상당 수준으로 인상하면 NIM 악화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예금은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금리를 올리거나 이벤트성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단기간 실적을 증대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시중금리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보면서 지금은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