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의 '先대화' 제안 걷어찼다…최선희 "제재 기꺼이 받겠다"(종합)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재차 요구

"美 시간벌이 놀음에 응해줄 필요 없다고 생각"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자료사진) ⓒ뉴시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미국을 겨냥해 싱가포르와 하노이와 같은 기회는 다시는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당시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북미협상 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다만 북측은 대북 적대시 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최 부상은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촉시도가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제3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 부상은 "미국이 즐겨 써먹는 제재 장난질도 우리는 기꺼이 받아줄 것"이라며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제안 없이 '대화부터 시작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못박은 것이다.

그는 "대화 그 자체가 이루어지자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 앉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 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이러쿵저러쿵 씨부렁거리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 뿐이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 당국자들이 △추가 대북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점 △부처 합동으로 북한에 대한 사이버 합동주의보를 발령한 점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기소한 점 등을 거론하며 "강압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군 당국의 정찰자산 가동과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비난하며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도발 가능성도 시사

최 부상은 올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미국에 제시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재확인하며 대북 적대시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군사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부상은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며 "조미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눅거리수(싸구려셈법)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있는 미국과 마주 앉아야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