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윤리경영’ 배점 상향 추진
100점 가운데 3점짜리… 배점 높여도 한계 여전
윤리경영 ‘낙제’ 받은 LH, 최종 평가는 A 등급
기존 제도 강화 더불어 추가 방안 마련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제2의 LH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적 개혁’을 지시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대안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상황에도 관계 부처는 ‘숲’ 대신 ‘나무’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LH 사태 발생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와 강도 높은 개혁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며 “우리 사회 부패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 전체가 공적 책임과 본분을 성찰하며 근본적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과 이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항목 손질에 들어갔다. 경영실적 평가는 현재 공공기관 평가에 있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지난주 화요일(16일) 국무회의 때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 평가 기준을 강화하라고 말씀하셨고, 그 후속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리경영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개혁안 나오도록 검토 중이지만, 다른 전반적인 지표는 건드릴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말하는 윤리경영 부문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 100점 만점 가운데 3점을 차지한다. 배점을 얼마나 높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두 배 이상 높여도 일자리창출(7점)에 미치지 못한다. 3점짜리 윤리경영을 손보는 것만으로 제2의 LH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LH는 지난해 윤리경영 부문에서 D- 등급을 받았다. 전체 평가에서는 A 등급을 받아 3년 연속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윤리경영 항목이 전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상임감사 기능도 무의미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경영평가 등급만으로는 개인 비리 또는 일탈을 막을만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영평가 항목 배점 조정을 넘어 여러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윤리·도덕적 해이가 발견되면 경영평가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을 두거나, 윤리경영 항목을 경영평가에서 분리해 별도 평가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급 삭감은 물론, 비리·부패 공무원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도 필수라는 의견이다.
김준모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 점수를 지금보다 상향 조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경영평가 취지에 어긋날 정도로 높일 수는 없는 만큼 내·외부 감사 등 기존 점검 방법들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 감사나 공공기관 청렴옴부즈만 제도 등을 두고 있는데, 이런 제도를 잘 가동하면 문제 해결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관 최고경영진이 문제에 대한 ‘조기경보’를 빨리 받아들여 시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제도를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많은 만큼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안 될 경우 다른 제도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근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모든 공공기관에서 청렴도 강화 방안을 갖고 있는데도 이런 사고가 터지는 만큼 제도 강화 필요성엔 공감할 수밖에 없다”며 “경영평가 내 윤리경영 항목에 가중치를 두는 방법만으론 아무래도 완벽하게 방지하기엔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기존에 감사원 감사나 경영평가 등이 있음에도 이런 사고가 터지는 만큼 제도 부실로 봐야 할지 개인 일탈로 치부해야 할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기재부에서도 여러 차원에서 여러 검토를 거쳐 강력한 방안을 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