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장에 안감찬·경남은행장에 최홍영 '확정'
실적 부진 개선+수익 구조 재편 '두 토끼 잡는다'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의 사령탑이 동반 물갈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실적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수장 교체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두 행장이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한층 속도를 더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이날 동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각각 안감찬 부행장과 최홍영 부행장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두 행장은 지난 17일 각 은행이 개최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진행된 최종 면접을 통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바 있다.
두 은행의 CEO 인사는 다소 파격적이란 평이 나온다. 다른 주요 금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 계속됨에 따라 기존 CEO의 연임을 확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전격적인 행장 교체여서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초 각 은행을 이끌던 빈대인 행장과 황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져 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딴판이었다.
전면 쇄신의 이유는 실적 부진 때문으로 평가된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경남은행의 당기순이익 역시 164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4% 줄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대출을 둘러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충당금 부담도 함께 불어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도 경쟁사들이 성적이 도리어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점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주축으로 한 BNK금융그룹의 실적은 눈에 띄게 나빠진 반면, 다른 지방은행을 식구로 두고 있는 JB금융과 DGB금융은 순이익 성장을 이어간 상황이다.
실제로 J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다. DGB금융의 당기순이익 역시 376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9% 증가했다. BNK금융의 당기순이익만 6.1% 감소한 562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수익 구조에는 긍정적 변화가 감지된다. 부산·경남은행이 지난해 거둔 수수료이익은 21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9%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두 은행의 영업이익에서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 안팎까지 높아졌다. 다른 지방은행들이 비이자이익 부분에서 겨우 적자를 면하거나 여전히 손실을 지속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비이자이익 확대는 최근 은행들의 최대 화두다. 예대 마진에 전적으로 기대는 전통적인 수익 형태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금융권의 새로운 경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주도해 온 수익 다양화 노력은 이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 이른바 증권통으로 불리는 김 회장은 2017년 BNK금융의 CEO로 취임한 이후 줄곧 은행의 이자 마진에 대한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행장 교체를 계기로 부산·경남은행에 더욱 빠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영업 기반이 작은 지방은행으로서는 날이 갈수록 대출을 통한 경쟁력 유지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 회장과 그 아래서 2기 CEO를 맞은 양대 은행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