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없어 몰랐던 신길1 원주민들 "그래도 되기만 하면 좋아"
"민간 개발 서류도 냈는데, 마음대로 신청"…신길2 추진단 '황당'
"뭘 한다고요? 아직 뉴스 못 봤어요"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구 신길4구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저층주거지 사업에 지정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신길4구역은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21곳) 중 1곳이다. 면적이 5만1901㎡로 이곳을 개발해 총 119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날 만난 대다수 주민들은 아직까지 소식을 접하지 못해 개발이 이뤄진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국토부가 지자체 제안을 받고 발표한 터라 주민들과는 별다른 협의가 없었던 까닭이다. 텃밭을 가꾸고 있던 한 주민은 "재건축이요? 재개발이요? 몰라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소식을 접한 일부 주민들은 모여 저층주거지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했다. 일단은 '환영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신길4구역은 지난 2005년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되며 개발이 가시화됐다가, 사업이 지지 부진하면서 지난 2014년 재개발 구역해제 후 노후화가 진행돼 왔다.
20여년 째 신길4구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오모씨(58세)는 "뭐가 돼도 되긴 해야 한다. 지역이 너무 낙후된 상태"라며 "다른 신길 뉴타운 구역처럼 아파트를 지금에라도 짓는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헀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씨(60세)도 "지난 2014년 재개발 구역해제 후 별다른 개발없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며 "동네가 사방이 꽉 막혀있는 형태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인층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이들이 개발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보통 그러하듯 '이주'때문이었다.
정부는 순환정비 및 수도권 인근 택지를 활용한 광역 순환정비를 통해 주택멸실 및 이주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주민들은 걱정을 지우지 못했다.
산책을 하던 60대 여성은 "근처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이곳에서 몇 십년을 살았는데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건 상상해 본적도 없다. 수입도 별로 없는데 월세는 어떻게 감당하나. 또 아파트는 관리비가 비싸다"라며 반대했다.
또 다른 주민은 "뭐 이게 1~2년 만에 끝나면 모르겠지만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들이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그냥 이대로 살아도 아무 상관없다. 집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돈이 없다"고 했다.
1366가구 규모로 계획된 인근의 신길2구역은 반대 의견이 거셌다. 이곳은 주민들의 민간 개발 의사가 강한 편이었다. (구)신길뉴타운2구역 재지정 추진단은 재개발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동의서 등 필요 서류를 영등포구청 및 서울시에 접수까지 한 상태다.
최병춘 (구)신길뉴타운2구역 재지정 추진단 이사는 "현재 주민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계속해서 오고 있다"며 "우리는 민간개발 의지가 확고하다. 향후 정부가 설명회 등을 연다고 하더라도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 서류도 다 넘긴 마당에 영등포구청에서 신길2구역을 주민들과는 한마디 협의도 없이 마음대로 후보지로 신청한 것에 대해선 황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