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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1000조인데 더 풀어라?…금융당국도 업계도 ‘혼선’


입력 2021.04.01 14:16 수정 2021.04.01 14:3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영끌·빚투' 유행에 금리도 뛰는데…여당 대출규제 완화 추진

당국 '대출창구 조이기' 정책과 엇박자…"금융시장 혼란" 우려

서울 중구의 한 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금융권이 가계대출 문제를 둘러싼 '정치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년층과 장기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4.7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대출창구 문턱을 조절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시장에선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여당의 발언이 자칫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거나 가계대출 규제를 풀어 준다는 시그널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이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무주택자의 경우 LTV 우대비율을 현재보다 10%P 가량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출창구를 옥죄는 방향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준비 중인 금융위원회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청년층에 주거사다리를 놔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당이 나서서 '풀어주겠다'는 구호를 외치면 정책 엇박자로 비춰져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당국은 '차주별 DSR 40% 단계적 적용'을 핵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여당이 내놓은 '대출규제 완화'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4월 중순쯤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을 내는데 방향은 총량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두 단계에 걸쳐 총량을 안정화하려는데 DSR 규제를 확대해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가계부채 문제를 뒤로하고 싸늘한 부동산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실시하고 금융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등 대출창구를 확대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이나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LTV나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면서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려는 분께는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2월 기준)는 6개월 연속 올라 2.66%를 기록하며 1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황이다. 대출자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저금리 장기화와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은행권 대출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 1000억원으로 집계돼 1000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33조 3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금융권에선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과 여당의 규제완화 사이에서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이익공유제, 한국형뉴딜 등 정부 정책에 은행이 동원되는데 정치권까지 나서서 '대출창구를 낮춰라, 높여라'하면 금융사가 경영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라며 "이 와중에 위기에 대비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까지 하니 어느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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