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결자해지 성공…서울 퇴조세에 '반전'
정책전환이 대선 '서울 표심'에도 영향 줄 듯
'세금 폭탄'과 주택공급 부족 문제 해결 공언
박원순 때 중단됐던 교통 인프라 투자도 재개
4·7 재·보궐선거의 결과로 보수정당이 서울을 10년만에 탈환했다. 오세훈 당선인이 지난 2011년 스스로 내려놓으면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넘겼던 서울시를 올해 보궐선거를 통해 되찾으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에 성공했다.
서울은 단순히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의 하나가 아니라 수도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다. 특정 정당의 텃밭이 아닌 '민심의 용광로'라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큰 진지를 수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정당은 지난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서울을 빼앗긴 이래, 계속해서 서울에서 퇴조의 길을 걸어왔다.
2014년·2018년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한 것은 물론, 2012년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30석·새누리당 16석이었으나, 2016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35석·새누리당 12석,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41석·미래통합당 8석으로 총선을 치를 때마다 4석씩 꾸준히 잃어왔다. 전국민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 전체가 '험지'가 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에서 오세훈 후보가 대승을 거둔 것은 이같은 흐름을 끊고 추세에 반전을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마포구 같은 경우에는 갑·을에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데, 오전 1시 개표율 60.0%에서 오세훈 후보 54.3%, 박영선 후보 41.5%로 오 후보가 크게 앞섰다.
서울의 민심이 현 정권의 정책에 극도로 싸늘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3·9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궐선거일 이튿날부터 바로 시정에 돌입할 오세훈 당선인의 정책전환을 시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내년 대선에서의 서울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세금폭탄' 문제 △부동산·주택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박원순 시정' 동안 중단된 인프라 투자와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금폭탄' 문제에 대해서는 민심 보듬기에 나선다. 은퇴 노부부 등 소득이 없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전면 감면한다. 이 때문에 세금 부담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자기 집에서 내쫓기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산세 과세특례기준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 세부담을 낮춘다.
부동산 시장 불안은 '스피드 주택공급'을 통해 안정화를 꾀한다. 공공만 고집했던 '박원순 시정' 때의 방침을 바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한다.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과 높이제한 완화를 통해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 '속도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박원순 시정' 때 중단됐던 교통 인프라 투자도 재개한다. 신림선·동북선 경전철을 조기 개통하고, 우이신설연장선·난곡선·면목선·목동선은 최대한 빨리 착공에 돌입한다. 용산공원 지하에는 대규모 로터리를 조성해 주요 간선도로 정체를 해결하며, 지상철 구간은 지하화해서 경의선숲길과 같은 녹색공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각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북권에서는 △홍제역 역세권을 도심과 연계해 상업자족도시로 육성 △상암DMC와 은평뉴타운에 전문학원가를 조성해 강남과의 교육격차 해소 △현재 강남역에서 신사역까지 연장 중인 신분당선을 서북부까지 연장 확정 등이 추진된다.
서남권에서는 △이 지역에 많은 준공업지역을 규제완화해 도시구조를 일신 △구로차량기지~구로공구상가~신도림동으로 연결되는 지역을 재개발해 서남권 랜드마크로 환골탈태 등을 추진한다.
동남권에서는 △그간 이 지역 대단위 아파트 단지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층수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며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계획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동북권에서는 △창동차량기지에 스타필드형 복합돔을 건립해 기존에 계획됐던 서울대병원 등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포함한 핵심업무지구를 유치하며 △창동역 일대도 강남역과 같은 신도심으로의 육성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