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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전면 폐지해야…존립 근거 상실"


입력 2021.04.27 11:59 수정 2021.04.27 12:1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폐쇄경제서 개방경제로 변모...경제력집중 규제 설득력 잃어

최근 10년간 경제력집중도 감소 뚜렷...국내 기업만 역차별

한국의 연대별 개방도 추이.ⓒ전국경제인연합회

쿠팡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관련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86년 상위 대기업 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 제도를 도입하고 해당 기업에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과거 우리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제도로 개방경제로 변모한 오늘날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 전경련의 판단이다.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장개방도는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했고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에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가 전무했으나 지난 3월 기준 57개국에 달한다.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국내 시장에 진입 가능해 일부 국내 기업의 시장독점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지난해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매출의 63.8%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경제력 집중도 추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위 대기업집단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줄어든 것도 대기업집단 제도를 폐지해야 할 이유 중 하나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30대 그룹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줄었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28.8%에서 24.6%로 감소했다.


전경련은 "상위 30대(10대) 기업집단이 국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977년 34.1%(21.2%)에서 1982년 40.7%(30.2%)로 증가한 것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도입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일부 제도 변화가 있었으나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시각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 방식에 따른 매출집중도 분석은 국내시장과 무관한 수출까지 포함해 내수시장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영향력이 과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의 수출을 제외한 매출집중도는 2019년 24.3%로 수출을 포함한 수치에 비해 6.1%포인트 낮았다.


전경련은 현재 대기업집단이 과도한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대기업집단 중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최대 1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은 최대 188개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과 유망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저해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되며 계열사의 지원도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행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던 일본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독점금지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지난 1997년에는 지주회사 보유를 전면 허용했고 2002년에는 출자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융회사의 사업회사 주식보유제한을 완화했다.


전경련은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세계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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