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최재형이 불러들인 김오수, 권력 비리 수사 앞날 막막
김 “검찰의 안정 신뢰 공정 중요”… 이건 또 무슨 유체이탈?
검찰개혁은 결국 종착역에 들어섰다. 윤석열이 김오수로 귀결된 것이다. 정말이지 국화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그 많은 소쩍새가 계절을 잊고 그토록 울었나 보다. 문재인 조국 추미애 박범계 이성윤 궤적까지 요란하게 겹치며 만감이 교차한다. 누군들 그렇지 않으리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찰총장 후보 김오수 지명을 ‘뻔뻔함의 극치’라고 했다. 또 “뭐가 그리 켕기는 게 많아 정권 호위무사를 골랐느냐. 꼴찌 후보를 1등으로 만든 신기한 기술이 뭐냐”라고 힐난했다. 결이 다르고, 개인감정이 짙게 배어 갖다 옮기기도 벅찬 저 진혜원의 논평도 있었다. 죽을 쒀 개 줬다는….
검찰총장 후보 네 명을 두고 나온 예측들은 과잉 상상이었다. 관습에 익숙한 호사가들은 터무니없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주제넘은 참견이었다. 그들은 경우의 수(數)니 뭐니를 들먹이며 ‘인사권자의 고심’ 운운했다. 일찍이 정답은 나와 있었다. “검찰총장 인선은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다.” 박범계의 이 예고편을 끝으로 진작 헛소리를 접어야 했다.
김오수는 박상기-조국-추미애 트리오를 보필하며 촛불 정부 법무행정의 중심에 있던 직전 차관이다. ‘검수완박’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가 그 시절의 한결같은 메뉴였다. 조국 일가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점을 향할 무렵 그는 총장 윤석열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운영을 묘책으로 내놓은 책사이기도 했다. 박범계에 이르기까지 이제 검찰총장으로 4대(代)째 법무부 장관 섬길 날을 기다리고 있다.
뭐가 켕겨 호위무사 골랐나
그의 처세는 벼슬 세계에서 지혜의 전범(典範)처럼 전래할 수 있다. 그는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택함을 받지 못한 것이다. 아무렴 ‘검찰총장이나 하자’ 이러기야 했겠는가. 정치적 편향을 거부하며 ‘감사위원 김오수’를 퇴짜 놓은 최재형의 ‘안목 없음’이 도마 위에 올랐을 것은 불문가지다.
법무부 검찰이 어떤 권부인지 웬만큼 씩은 안다. 피고인과 피의자 대여섯 명이 지금 거기 있다. 박범계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때 야당 당직자 폭행 혐의로, 차규근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해 각각 재판받는 중이다. 이성윤은 김학의 출금 관련 수사를 뭉갠 혐의로 곧 기소될 처지다. 김오수는 김학의 출금 관련 조사를 받은 피의자 신분이다. 이용구는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차관이다.
총장 후보 4명 중 평점 4위 발탁은 문재인 보유국에서 인품 능력 평판 따윈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메시지다. 본인은 할 말이 태산 같을 듯하다. 촛불 이후 국사(國事)를 다루는 중요한 자리에 너무 큰 모자(帽子) 쓴 인물이 많다는 것은 사실 뉴스 축에 못 든다. 그런 부류와의 패키지 평가절하는 후보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겠다.
아쉽기로는 이성윤에 견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애통해 할 것은 아니다. 한동훈 독직폭행의 피고인 정진웅이 광주검찰청 차장으로 영전한 것을 눈여겨보면 된다. 인생 새옹지마다.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지겠나. 어디서든 검찰총장 버금갈 총애와 역할이 있지 않겠는가. 보라. 비례대표 국회의원도 품앗이하듯 임기를 나눠 하는 세상이다.
당․정․청 법조 국회도 상하좌우 어디나 다 정겨운 이웃이고 형님 아우들이지 않은가. 전화위복이 거짓말처럼 도둑 같이 도래하는 꿈을 꿔도 헛되지 않을 것이다. 유연함으로 되레 눈총을 좀 받았기로서니 남이 밥 먹여 주는 건 아니다. 여론이란 아침 안개 같아서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성윤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인품 능력 평판 중요치 않아
윤석열이 망가트린 검찰개혁 퍼즐 맞추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시름 놓을 인물이 꽤 있지, 싶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기도 하니까. 찜찜한 구석이 있는지는 당사자 말고 누가 알겠는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원전 경제성 평가, 권력형 금융 비리, 드루킹-경인선…. 설마, 쪼잔한 의혹들로야 잠 못 들지는 않겠지.
김오수는 검찰조직의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그리고 신뢰와 민생과 공정을 말했다. 이건 무슨 조화며 웬 유체이탈인지 혼란스럽다. 이제 남은 건 국회 인사청문회다. 이 청문회도 순탄치 않을 분위기다. 청문회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안 했거나 못한 건 없다. 개 짖는다고 기차가 떠나지 않은 풍경이 있던가.
촛불 정부에서 장관급 임명을 강행한 예는 서른 번쯤 된다. 사람 마음 모른다지만 윤석열 시즌2는 단연코 없을 것이다. 말이야 어떻게 하든 이심전심(以心傳心), 어쩌면 그들의 속내는 피차 이럴 수 있다. “권력에 휘둘리고 권력의 눈치도 본다. 사람에게 충성하는 자세를 끝까지 지킨다.”
그래도 새벽은 오고 있다.
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