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그래픽카드 채굴 방식과 달라…유휴 공간 네트워크에 제공
中 SSD 품귀현상…낸드 가격 상승과 맞물려 ‘슈퍼사이클’ 기대
최근 해외에서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비롯한 저장장치로 채굴하는 암호화폐 ‘치아’가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낸드 초호황(슈퍼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치아’의 등장으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SSD, 하드디스크(HDD)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낸드 플래시의 수요가 대폭 증가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치아’는 비트토렌트(BitTorrent) 개발자인 브램 코언(Bram Cohen)이 개발한 암호화폐다. 그래픽카드(VGA) 등을 통해 채굴하는 기존 화폐들과 달리 저장 공간을 치아 네트워크에 제공하면 용량만큼 보상을 받는 특징이 있다. 즉 개인 컴퓨터 내 유휴 저장 공간을 치아 네트워크에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따라 채굴량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치아의 이같은 특징 때문에 낸드를 비롯한 저장장치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치아 채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1테라바이트(TB)~4TB의 고성능 SSD를 중심으로 매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HDD, SSD 전문 업체 씨게이트(seagate)는 1분기 결제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채굴을 통해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치아 채굴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 경우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슈퍼사이클 역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낸드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암호화폐 채굴이라는 예상외 변수가 관련 제품 품귀현상을 가속화해 가격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치아 네트워크가 확보한 저장공간은 지난달 말 기준 1143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이는 4월 초 120PB에 비해 5.7배 증가한 수치다.
현재 낸드시장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가파른 가격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또 2분기 이후에는 가격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슈퍼사이클에 진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사용되는 낸드 범용제품 128GB(16GB×8) 멀티레벨셀(MLC) 고정거래가격은 전달 대비 8.57% 오른 1개당 4.56달러를 기록했다. 그간 낸드 가격은 4.2달러에서 보합세를 보였으나 6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는 채굴 수요 확대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래픽카드의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많은 채굴가들이 그래픽카드 사제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 올해 2월 출시된 엔비디아사의 지포스 RTX 3060의 경우 초기 60만~70만원 대에 거래됐지만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 열풍에 수요가 크게 늘면서 현재는 2배 가까이 가격이 뛴 상태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치아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저장장치 수요에도 유의마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들어 전반적인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치아의 인기 확대에 따른 저장장치 수요 확대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