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50·민심 50 혼합해 5명만 남기고 컷오프
'역선택 방지' 조항 채택…나경원 등판 초읽기
컷오프 통과 못하면 4000만 원만 날릴 가능성
불출마·최고위원 하향지원 후보자 나올 수도
국민의힘이 6·11 전당대회의 예비경선(컷오프) 일정과 방식을 확정했다. 당대표 후보자 경선 제도가 모두 확정됨에 따라 여러 후보들이 컷오프 통과와 당선 가능성을 놓고 최종 고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황우여 전 대표, 부위원장 윤재옥 의원)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당대표 후보자 경선 제도를 의결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컷오프 일정과 방식도 이날 회의에서 확정됐다.
당대표 후보자는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에는 5인의 후보자만이 진출한다. 예비경선 방식은 여론조사로 하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당원선거인단 50%와 국민여론조사 50% 비율로 반영하기로 했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지지정당 설문 문항을 넣어 국민의힘과 '지지 정당 없음'이라 응답한 무당층의 응답만 반영하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도 채택됐다. 여론조사는 평일인 26~27일 양일간 돌려 27일 오후에 발표한다.
예비경선은 당원선거인단 70%·국민여론조사 30%인 본경선보다는 민심의 반영 비율이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당심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경선 당시 당원 20%·국민 80%인 예비경선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승리했던 반면, 국민 100%인 본경선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승리했다"며 "당심이 20%만 반영돼도 결과가 달라지는데, 하물며 50% 대 50%라고 하면 당심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중앙당 선관위의 결정으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경선에서 분루를 삼켰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당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그렇다고 국민여론조사에서도 딱히 불리하지 않다.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4선 이상의 전현직 의원들 중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편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경선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응답자의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룰을 가리켜 "민주당 지지층이 사실상 우리 당 후보를 정하는 황당한 경선 룰"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던 적이 있는데, 이 또한 '역선택 방지' 조항 채택으로 보완이 이뤄졌다. 사실상 등판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는 평가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경선을 준비하며 사용했던 여의도 캠프 사무실과 마포 사무실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실무자들도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석가탄신일 이튿날인 20일 나 전 원내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6·11 전당대회의 당대표 후보 기탁금은 4000만 원이다. 22일 후보등록을 한 뒤, 30일 합동연설회 시작에 앞서 27일 먼저 컷오프가 단행된다. 컷오프 전에 당대표 후보로서 마이크를 잡을 기회는 25일 비전발표회 달랑 한 차례 뿐이다. 컷오프 당하면 토론도, 연설회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4000만 원을 날리게 된다.
현재 당대표 도전을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인사는 주호영·조경태(5선)·홍문표(4선)·윤영석·조해진(3선)·김웅·김은혜(초선) 의원과 원외의 전직 4선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신상진 전 의원, 그리고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등 10명에 이른다.
정치권에서는 나경원·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컷오프 통과는 확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경선 진출을 위한 다섯 자리 중에 이미 두 자리는 채워진 셈이다. 나머지 세 자리라는 좁은 문을 놓고 22일 후보등록 직전까지 당대표 후보자들 사이에서 눈치 작전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단했지만, 추가적으로 불출마 후보자가 나올 수 있다"며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 이를 매몰할 수 없는 후보자 중에서는 최고위원으로 하향 지원을 고민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