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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57)] ‘음악’ 동반자 삼은 유발이, 그에게 온 선물들


입력 2021.05.20 06:00 수정 2021.05.21 09:2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재즈 동요집 '마담꾸꾸' 제작...6월 26일 발매

"두 아이에게 건강한 '유기농 음악' 들려주고 싶어"

ⓒ유발이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음악인 유발이(강유현)는 어린 시절 음악에 대한 작은 호기심을 시작으로, 이젠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서 음악을 대한다. 2010년 ‘유발이의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개성 있는 음악세계를 보여주며 싱어송라이터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2015년 이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유발이’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유학생활 중 찾아 온 ‘선물’,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유발이는 ‘마담꾸꾸’라는 이름의 동요집을 준비 중이다. 이번 앨범엔 딸과 함께 한 노래도 실렸다. 유발이의 배속에서 함께 공연을 하고, 녹음을 하고, 프랑스에서의 모든 일정들을 함께 했던 그의 아이와 함께 만든 앨범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앨범은 텀블벅으로 제작되는데, 목표 금액 600만원으로 진행 중인 펀딩은 벌써 목표가를 달성했고, 19일 현재 145명의 후원자들로부터 860만원(143%)이 모였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음악과 그 밖의 일상들에 지쳐있던 20대의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한 달의 쉬는 시간에, 고민도 하지 않고 파리행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영화에서 만난 프랑스는 멋있었고, 간간히 들었던 샹송들은 낭만적이었거든요. 한 달 동안 파리에서 50여개의 공연을 보며, ‘이곳에서 내 삶의 일부를 보내야겠다’라는 꿈을 꾸게 되었고, 몇 년 후, 유학을 핑계로 프랑스에서 2년 반의 꿈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프랑스와 그 밖의 유럽의 다양한 곳에서 크고 작은 공연에 참여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이런 저런 음악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힘든 점은 참 많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파리에서 공연 전날 자전거 사고를 당해 길거리에 쓰러졌는데, 눈을 떠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앰뷸런스를 불러주었고, 의료보험이 해결되지 않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도망쳐 나왔다거나 혹은 출산 후 3개월 동안 5~6번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몸이 안 좋아진 것. 그 밖의 크고 작은 어려움들은 그보다 컸던 행복으로 인해 그저 ‘지나간 일’이 돼버렸습니다. 꿈속에서 다치거나 아픈 일들이 깨고 나면 기억이 나지 않잖아요. 코로나 상황 때문인지, 어쨌든 여전히 꿈같은 곳입니다, 프랑스.


ⓒ유발이

-프랑스에선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에도 출연하셨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배운 점이나, 느낀 것들이 있다면요?


모든 것이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평소 대중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접하지 않아 더욱. 프랑스의 나름 촘촘하고 철저한 방송 준비 시스템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함께 오디션에 참가하는 각국의 각지역에서 온 프랑스인들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매 순간 즐거웠어요.


-기억에 남는 심사평이 있나요?


미카 팀에 합류하고 처음 멘토링을 받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카는 지난 몇 달간 준비한 오케스트라와의 편곡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모든 편곡을 배재하고 단순한 피아노 연주와 제 진솔한 목소리만 표현되기를 원했던 거죠. 전날 밤, 그 의견을 듣고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무대에 임했어요. 두려운 만큼 용감해졌고, 그 용감함이 심사위원을 포함한, 그 현장의 모든 이에게 전달되는 것 같은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목소리에 카리스마가 있다’ ‘목소리 자체로 아름다웠다’ 태어나 처음 듣는 ‘목소리’ 칭찬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결론은 미카 만세! 하하.


-현재는 재즈 동요를 만들고, 텀블벅을 진행 중인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벌써 목표가를 달성했죠.


네. 2021년 현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커리어를 고민하는 여느 프리랜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새로운 프로젝트 ‘마담꾸꾸’를 야심차게 시작했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웃음).


-텀블벅을 진행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펀딩’에 대해 많이 접하고 있었습니다. 막연히 궁금해 하던 즈음, 텀블벅에서 제안이 들어왔고, 프로젝트의 취지와 텀블벅의 펀딩 시스템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동요집 이름인 ‘마담꾸꾸’는 무슨 뜻인가요?


‘꾸꾸’(Coucou)는 ‘뻐꾹’으로 해석되는 프랑스어 입니다. ‘까꿍’으로 많이 쓰이는데, 친한 친구들 사이, 혹은 어린 아이들에게 ‘안녕’ ‘헤이’ ‘왓츠 업’(what’s up)처럼 쓰이는 친근한 인사말입니다. 프랑스에서 지내며, 거리감이 있는 프랑스어에 지칠 때마다, 자신 있게 내 뱉을 수 있는 이 말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이 말을 나누면 내가 정말 저들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유학 중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자연스레 뱃속의 아이에게 ‘꾸꾸’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꾸꾸’라는 태명의 아이와 프랑스에서 7개월 말까지 여행, 공연, 논문 발표 등을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5살이 된 아이와 함께, 동요집을 준비하며 자연스레 ‘마담꾸꾸’라는 이름이 태어났습니다.


ⓒ유발이

-재즈 동요집을 만들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두 딸 때문이겠죠?


5살 3살 두 딸을 키우며, 동요를 듣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엄마의 음악적 취향이 어쿠스틱으로 치우쳐져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자주 듣는 커머셜한 사운드의 동요들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귀가 피로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와 아이를 위해 편안한 어쿠스틱 동요들을 검색하는 날들을 갖다가, ‘아! 내가 만들어줘야겠다. 유기농 어쿠스틱 동요’ ‘다양한 언어, 장르의 음악’…그렇게 ‘마담꾸꾸’가 시작되었습니다.


-‘유기농 동요’라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어쿠스틱 악기, 건강한 믹싱과 마스터링, 건전한 음악적 문화적 예술적 자극.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랄까요? 하하.


-동요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곡 작업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편안하지만 재미있는, 친근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언어지만 익숙한, 접점들을 생각하며 접근했습니다.


-작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있다면요?


‘꾸꾸’라는 말이 제게 주었던 반가움, 산뜻함, 활기참을 담고 싶었습니다. 음악적으로 고급스럽고 풍성하게,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아이들에게 기분 좋은 그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웃음).


-음악은 기존 동요들을 재즈로 다시 만들어낸 식인데요.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학생 때부터 익숙한 작업이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히 ‘유발이의 소풍’을 포함한 저의 지난 작업물들이 ‘재즈틱한 동요’에서 멀지 않았기에,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려웠다고 할 수도 없는? 하하.


-딸과 함께 부른 곡도 삽입된다고 들었어요. 의미가 더 남다를 것 같은데요.


네. ‘Salade de fruits’라는 곡을 녹음 당시 30개월이셨던 Bonnie와 함께 불렀습니다.


또 ‘반짝반짝 작은 별’의 원곡 ‘Ah! Vous dirai-je, maman’, ‘엄지 어디 있니’의 원곡 ‘Frere jacques’, 이 두곡은 너무 유명한 곡인데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영어버전으로도 수록되었어요. 또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동요 중 하나인 ‘Sur le pont d’Avignon‘, 마담꾸꾸 프로젝트의 타이틀곡, 본이와 함께 부른 ’Salade de fruits‘,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위한 자작곡 ’Coucou‘가 수록됐습니다.


ⓒ텀블벅

-단순히 음악작업 뿐만 아니라 사운드북, 핸디스케치북 등 다양한 시도를 함께했는데요. 기억에 남는 일이나, 힘들었던 일들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으면 전해주세요.


넘쳐나는 에피소드들 중 프랑스에는 ‘똘레랑스’(Tolerance)란 단어가 있습니다. 관용, 인정, 허용, 이해, 참을성 등으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프랑스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적 단어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저작권승인이 필요한 ‘Salade de fruits’ 곡 저작자에게 2020년 11월부터 승인을 받기위해 연락을 드렸고, 승인 답변을 지난 4월 말 받았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보낸 수많은 메일들, 답변을 기다린 하얀 밤들, 불안함, 초조함, ‘이 곡을 포기해야하나’라는 생각들, 문득 프랑스에서의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Tolerance’를 상기시키는 지난 5개월이었습니다.


사운드북 제작 또한 너무 생소하고, 주변에 제작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과정입니다. 현재 중국 공장과 긴밀히 소통중입니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공장 이름처럼 ‘Happy’하게 진행중입니다(웃음).


-다양한 작업들을 동시에 해내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숨은 요정이 계십니다. 홍세지 님! 현재 런던 베이스로 ‘bombom’이라는 마켓을 운영 중이신 홍세지 님의 세련된 음악적, 시각적, 예술적 안목으로 마담꾸꾸의 세세한 창조적 방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무한한 감사의 마음은, 마담꾸꾸가 잘 되어 갚아야 겠죠? 감사합니다, 세지 님!


또 모임별이라는 창작집단의 서브유닛인 조안펜슬의 아름다운 아트웍도요. 마담꾸꾸의 음악은 조안펜슬에 의해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조태상 님. 진정한 아티스트죠.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앨범이 유발이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It's an artist's duty to reflect the times in which we live’. 존경하는 아티스트 Nina Simone의 말씀입니다. 저는 마담꾸꾸로 ‘we live’까지는 아니지만, ‘I live’, 지금 현재, 오늘을 담으려 합니다.

-이번 동요집에 대한 목표도 궁금해요.


현재 목표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마담꾸꾸 프로젝트의 사운드북 초판본이 완판 되는 것 입니다. 음악적인 성과만큼 중요한, 지속가능한 사업성을 위해 초반 1000권이 완판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표 달성을 기반으로 지금 하는 이 작업이 ‘마담꾸꾸 프로젝트’의 첫 단추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린 시절, 동요가 제 삶에 준 풍요로움은 큰 자산입니다. 그 순수한 즐거움과 설레임. 음악의 힘은 무한대이고, 어린이의 미래는 늘 상상 이상의 무엇이죠. Pixar 영화를 좋아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영화지만, 어른들을 감동시키죠.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담꾸꾸의 작은 날개 짓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수 유발이의 최종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꿈꾸고, 또 꾸준히 꿈을 이루는 음악 안에서 자라는 유발이가 되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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