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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연임 도전…민주당 '당대명' 만들기 전당대회 닻 올렸다


입력 2024.06.25 05:30 수정 2024.06.25 05:3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거야 이끌 리더십 인물 부재' 평가 속

24일 대표직 내려놓고 연임 도전 수순

친명 최고위원 후보 속속 출마선언하고

여권선 '연임은 사법리스크 방탄' 공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당대명(당연히 당대표는 이재명)'을 실현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레이스가 닻을 올렸다. 이재명 전 대표 외에는 거야(巨野)를 이끌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당대표 후보가 부재하다는 대세론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당대회 시간표가 확정됐지만 이 전 대표에게 도전하겠다는 주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이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위한 대표직 사퇴를 기다렸다는 듯 '친명체제' 구축이 급속도로 힘을 받는 모습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사임 직후 당 내부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최고위원 출사표를 잇따라 던졌다. 이들은 이 전 대표 연임 명분과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 전 대표는 "한반도 안보가 불안한 상태에서 국민 여러분의 걱정과 근심이 많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책임지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과 죄송한 마음"이라며 "국민들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민주당과 나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당대표직 사임으로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됐다. 이 전 대표는 조만간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이 전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 차원에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당헌 개정을 확정한 바 있다. 대선이 있기 1년 전에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기존 당권·대권 분리 당헌의 사실상 폐기됐다.


민주당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6일 출범할 예정이다. 이 때 민주당은 전당대회 스케줄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이 전 대표의 단독 입후보와 관련해서는 전준위에서 해당 부분을 결정하게 된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전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만일 당대표 후보가 단독 후보일 경우 어떻게 선출한다는 규정이 당헌·당규에 없다"면서 이 같은 내용들을 전했다.


이 전 대표의 단독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연임에 성공할 경우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첫 당대표 연임 기록을 쓰게 된다. 2000년 출범한 새천년민주당 이후 민주당계 정당에선 처음인 셈이다. 다만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총재를 지낸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당시는 대통령이 정당 대표(총재)를 겸하던 시절이라,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연임은 전례가 없는 일로 여겨진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군에선 이 전 대표에 대적할 이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정치권의 시선은 최고위원 레이스로 쏠리는 모습이다. 이날 이 전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 직후 친명인 강선우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들 중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강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연임과 정권 탈환을 강조하면서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지방선거 압승부터 정권교체까지 해내겠다"며 "소년공이 대통령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가난했고 배고팠고 외로웠던, 그래서 상처가 많은 이재명의 굴곡진 삶을 기준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꾸린 방미외교단 소속으로 전날 미국으로 출국한 김병주 의원도 강 의원의 선언 후 입장문을 통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을 위해 선봉에 서겠다. 최고위원이 돼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보에 거론되는 또다른 친명 한준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든 이재명 대표의 내일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향해 힘차게 시작될 것"이라며 "그 길을 주저 없이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동행하겠다"고 적는 등 사실상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시·도당위원장 자리에 친명 인사가 대거 진출할지도 관건이다. 당내 최대 친명 계파로 거듭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이끄는 강위원 상임대표는 광주시당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광희 의원도 충북도당위원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 등에 친명의 직간접적 영향력이 늘어날지 여부도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대대적 지지와 친명 인사들의 연이은 힘싣기와는 반대로, 여권에선 연임이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한 방탄용이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되며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연임 기정사실화를 두고 사법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당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란 계산이 바탕에 깔려있단 관측이 대두돼왔다.


이 같은 우려의 연장선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이재명 추대대회'에 비유하며 맹폭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당'이다. '민주당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이미 절대존엄이 됐다"며 이 같이 비판했다. 이어 "당헌 개정으로 대표 연임 문제에 대한 장애물이 치워졌으니 굳이 시간과 돈을 낭비해 가며 전당대회를 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재명 전 대표의 지난 대선 슬로건은 '나를 위해, 이재명'이었으나, 속마음은 '이재명, 나를 위해'였다"며 "당을 사당화해 '민주당의 아버지'로 등극하더니, 결국 대표 연임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는 희대의 정치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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