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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150조 시대...경쟁 심화 속 상위권 초박빙 ‘혈투’


입력 2024.06.26 15:08 수정 2024.06.26 15:26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삼성·미래운용, 점유율 격차 불과 2%대

‘1% 내’ KB·한투 연내 순위 역전 가능성↑

수수료 인하·광고문구 신경전도 과열 중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5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해진 모습이다. 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을 미래에셋증권이 점유율 2%대로 맹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의 3위 다툼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점유율 경쟁이 단순 수수료 인하를 넘어 비슷한 상품 출시, 경쟁사에 대한 공개적 저격 등으로 번지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총 순자산총액은 151조8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58조9664억원을 운용하며 시장 점유율 1위(38.84%)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대 50%대의 압도적인 시장 지위는 이미 무너진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만년 2인자를 넘어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 순자산총액은 55조3351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36.44%를 기록 중이다. 이에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는 2.40%포인트로 작년 연말의 3.35%보다 크게 줄었다.


3위를 놓고 격돌 중인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차이는 1% 미만이다. KB자산운용의 점유율은 7.59%(순자산 11조5300억원)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6.61%(10조484억원)와 불과 0.98% 차이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 규모는 69.90%, 점유율은 1.74%포인트 늘어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이외에 신한자산운용(3.0%)·한화자산운용(2.28%)·키움자산운용(2.20%)·NH아문디자산운용(1.19%) 등도 점유율 확대에 나선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내 대규모 지각 변동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운용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의 행태가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수수료 출혈 경쟁으로 업계 내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 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달 10일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낮춘 것에 이어 한화자산운용 이날 ‘ARIRANG 미국테크10 iSelect’의 총보수를 기존 0.5%에서 0.01%로 인하하는 등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 확대되고 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TIGER ETF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의 마케팅 문구를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자산운용은 금융투자협회로부터 ‘KODEX 미국배당+10% 프리미엄다우존스 ETF’ 광고 관련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해당 광고에서 사용된 ‘제 2의 월급’이라는 표현이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인데 과거 월 배당 상품이 처음 나올 때부터 사용된 것인 데다 경쟁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개석상에서 타사 상품을 의식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 신규 상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초자산을 ‘TOP7’, ‘엔비디아’를 추종하는 몇몇 종목 등으로 바스켓(포트폴리오)을 짜고 나스닥 옵션을 파는 형태의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고객들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ETF 시장이 급속도의 양적 성장을 한 만큼 이제부터는 업체들간 발전적 경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들 간의 경쟁이 기존 새로운 상품 출시 등을 넘어 적자를 불사한 출혈경쟁, 경쟁사 비난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좋은 상품과 양호한 장기 수익률 등 건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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