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감소와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그리고 고령화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수입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세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조세수입의 77.3%를 국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주도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지역별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은 크지 않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과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지방재정 문제를 극복하고자 2008년부터 일본의 고향세 제도와 유사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23년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23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자에게는 세액 공제와 답례품을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지역 사업과 경제 활성화에 기부금을 활용하는 구조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아직 시행초기라 스포츠분야에서는 거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본의 고향세 운영 사례를 참고해 보면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지역의 부족한 스포츠 재원 확보 대안으로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체 체육 재정은 국고, 국민체육진흥기금, 지방비, 체육단체 자체 수입으로 구성되고 지방비가 72.4%로 가장 높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보면 전체 예산에서 체육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광역자치단체가 1.01%, 기초자치단체가 1.68%로 세금의 1% 내외가 스포츠 분야에 쓰인다. 이 예산으로 생활 체육, 전문체육, 장애인체육, 체육시설,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등 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예산을 써야하니 파크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등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충분히 지을 수도 없고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거나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좀 넘어 아직 기부액 및 사업 내용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은데 행정안전부의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자료를 살펴보면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기금을 스포츠 관련 사업에 활용한 지방자치단체는 광주 동구 단 1곳뿐이다. 광주 동구의 경우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에 기금을 사용하였다.
일본의 경우, 수도권 인구 집중 및 지역 격차 완화, 그리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후루사토세(고향납세)’를 운영하고 있고, 2021년에는 시행 첫해 대비 100배가 넘는 재원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고향납세 재원은 마을만들기·시민활동, 스포츠·문화진흥, 건강·의료·복지, 교육, 관광, 재해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며, 스포츠·문화 진흥에 활용하고 있는 지자체 비율은 64.7%로 다수의 지자체가 고향납세 재원을 스포츠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분야에는 지역 스포츠 지원, 스포츠 인프라 구축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지역 스포츠팀이나 대회 개최 지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대형 경기장 조성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J리그 감바 오사카 구단은 1972년에 조성된 2만석 규모의 육상경기장을 사용하였으나 구장 노후화로 2010년부터 4만석 규모의 홈 경기장 신축을 추진하였다. 기존 J리그 구단도 우리나라처럼 대부분 연고경기장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고 구단은 사용만 하는 형태인데 경기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구단의 요청사항이 잘 반영되지 못하다 보니 규모가 너무 크거나 작고 건설 및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보고자 감바 오사카 구단은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고향납세 제도를 통해 구단이 원하는 규모와 요구가 반영된 경기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우리와 달리 별도 모금 단체를 설립하여 개인뿐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모금을 할 수 있다. 감바 오사카 구단은 2010년 일본 최초로 경기장 신축을 위한 건설 모금단체를 설립하였고, 홈 관중 뿐만 아니라 원정 팬들은 소정의 액수를 기부하였다.
2014년 감바 오사카 구단의 ‘트레블(3관왕)’이 확정되던 열흘 만에 약 2억 엔이 모이기도 했다. 모금의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모기업 파나소닉을 비롯한 법인 모금으로 조성되었지만 34,627명의 개인과 741개의 기업의 모금으로 약 106억엔을 모았다. 물론 완공된 경기장은 스이타시에 기부채납 되었지만, 구단은 기존에 운영 중인 고향납세 제도를 활용해 연고지뿐 아니라 전국에서 공적 자금을 확보하였고, 마침내 그들이 원하는 경기장을 만들고 장기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특정 경기장 조성 사례 이외에도 군마현 다카사카시는 지역 야구팀, 여자 소프트볼팀을 지원하고 있으며, 가고시마현 요론마치는 지역 마라톤 대회를, 도야마현 히미시는 초중학교 핸드볼팀을 지원하고 있다. 나라현 나라시는 유일의 프로농구단 응원 및 지원에 고향납세를 활용하고 있는 등 아마추어와 프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이제 1년을 넘었고 일본과 달리 기부지역 및 법인 참여 제약, 세제 공제 한계로 인한 개인 부담 가중 등 여전히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 극복은 법제도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조성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지역의 스포츠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해야한다. 특히, 다양한 아마추어 종목의 팀 지원, 이벤트 개최, 장애인 스포츠 지원 등에 적극 활용하고 향후 제도를 개선하여 일본의 사례와 같이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대형 경기장 조성에도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에 팬들이 기부할 수 있고, 꿈의 구장을 만들어 지역 스포츠가 성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