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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 뒤 최형우, 최고령 만루포로 응징 “투지요?"


입력 2024.07.10 09:53 수정 2024.07.10 09:5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KIA 타이거즈 최형우. ⓒ 뉴시스

‘베테랑 4번타자’ 최형우(41·KIA)가 최고령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최형우는 9일 잠실야구장서 펼치진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4번 타자(지명)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3득점 맹활약으로 11-4 승리에 기여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LG 선발 켈리를 공략해 적시 2루타를 뽑은 최형우는 3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날렸다.


5-2 앞선 6회 맞이한 세 번째 타석은 이날 경기 최고의 순간이었다. 박찬호와 소크라테스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2,3루에서 LG 염경엽 감독은 잘 나가는 신예 김도영 앞에서 고의4구를 지시했다. 흔히 구사할 수 있는 만루 작전이지만, 어찌됐든 김도영을 거르고 최형우를 택한 셈이다. 김도영이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전반기 타점 1위’ 최형우 입장에서 조금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바뀐 투수 좌완 이상영의 슬라이더 2개에 헛스윙하며 볼카운트 2B-2S에 몰렸다. 슬라이더를 공략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세 번째 슬라이더(5구)를 놓치지 않았다.


정교하게 때린 공은 우측 담장 넘어가는 비거리 105m짜리 만루 홈런이 됐다. 김도영을 거르고 자신을 택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도 하듯, 개인 통산 9번째 만루홈런을 쏘아 올린 최형우는 승리를 직감하며 평소보다 큰 동작을 취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40세 6개월 23일로 2022년 롯데 이대호(40세 2개월 30일)가 보유했던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도 경신했다.


만루홈런 터뜨린 최형우. ⓒ 뉴시스

최형우 활약에 힘입어 1위 KIA는 2위 LG와의 승차를 4.5게임까지 벌렸다. 올 시즌 들어 가장 큰 격차다.


승리 후 만면희색의 최형우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해서 참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만루홈런을 쳤던 6회말, 김도영을 거르고 최형우를 선택한 것이 투지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 나이가 몇인데. 어릴 때는 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없다. 오히려 타점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맞이했다”고 말했다.


최고령 만루홈런에 이어 최고령 타점왕 등극까지 노릴 수 있을 만큼 롱런한 비결에 대해서는 “게임하다 다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멘탈은 철저히 관리할 수 있다. 리그는 길다. 작은 상황 하나하나에 흔들리거나 너무 신경 쓰면 좋지 않다”며 경험 풍부한 성공한 베테랑다운 조언을 남겼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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