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 사퇴와 동시에 지지를 표명한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에 대한 관심과 함께 민주당 대체 후보 선출 과정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대선후보직 사퇴 의사를 전격 표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지지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의 '대타'로 구원 등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와 동시에 지지를 표명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추대론을 채택할지, 새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치러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약 4600명 규모의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대선에 나설 후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국위 규칙위원회는 당초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하기 위한 온라인 투표를 오는 8월 1~5일 실시하려 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면서 해당 기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할지, 아니면 8월 19~22일 전당대회(시카고)에서 현장 투표를 치를지 불분명해졌다.
우선 '8월 7일까지 대선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오하이오주 주법 등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시점을 데드라인(후보 확정 마감 시한)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8월 초 온라인 투표를 통해 새 대선후보를 선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제3의 후보가 나서서 당내 선거운동에 나서기엔 시간이 부족한 만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월 초 온라인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는 후보가 나올 경우 해당 인물이 새 대선후보로 결정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 타이틀에 이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 대권을 거머쥘 경우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자 흑인으로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해리스 부통령은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으로 옮겨 담당 사건에서 유죄 선고율을 끌어올리며 검사로서의 역량을 뽐냈고,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재선을 거쳐 6년간 주 법무장관을 역임한 뒤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선출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했는데, 흑인 여성이 연방 상원의원이 된 것도 그가 최초다.
이어 2020년에는 55세의 나이에 바이든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에 낙점된 뒤 대선 승리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또다시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썼다. 또 연방 의회에 발을 들인 지 불과 4년 만에 백악관으로 직행하는 기록도 남겼다.
다만 해리스의 대선 후보 확정시 대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레 구원 등판하게 되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에 따라 유세장 피격 후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맞대결 상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비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의 경선 경쟁자로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그레첸 휘트먼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미셸 오바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대선후보가 돼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아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