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없는 ‘무병씨감자’ 도미니카에서 인기
세계 최고 수준 씨감자 생산기술
정부-지자체 협업으로 싸고, 생산성은 월등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씨감자로 사용될 감자는 가능한 한 각종 병(바이러스, 곰팡이 및 세균병)에 걸리지 않은 깨끗하고 순도가 높은 감자여야 한다. 씨감자는 주로 한지나 고랭지산(産) 씨감자가 사용된다. 감자농업을 하는 많은 국가들은 병충해가 없는 무병, 우량품종의 씨감자 대량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씨감자 채종단계에 따라 엄격한 포장 관리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건전한 씨감자를 계획적으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씨감자 공급체계는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단계로 이뤄지는데, 각 단계는 1년에 1단계씩 진행된다.
기본종에서 농가에 공급되는 보급종까지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농림축산식품부 국립종자원,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 등 여러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
조지홍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은 “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며 “유리온실에서 양분이 들어있는 물을 이용해 1포기에서 평균 50개의 씨감자를 생산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부는 한국 무병씨감자의 활약
국내에서 개발한 씨감자 수경재배는 해외에도 지원 중이다. 씨감자 생산 시스템이 없던 알제리에 기술을 지원(2007∼2014)해 씨감자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업은 2014년 국가 해외기술지원사업 우수사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농진청이 추진하는 AFACI사업과 코피아 협력사업 등으로 베트남, 파키스탄, 케냐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감자 원산지인 에쿠아돌,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에도 한국형 씨감자(K-감자) 기술이 지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미니카공화국에 기술이 지원돼 ha당 18t이던 감자 생산성이 25t으로 크게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더욱이 UN 산하 감자 연구 주관기관인 국제감자연구소(CIP)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수경재배기술을 활용해 변형된 씨감자 생산기술을 개발, 여러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씨감자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수 품종 육성과 우량 씨감자 확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국가에 우리 씨감자가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도미니카공화국의 행보가 눈에 띈다. 코피아 도미니카공화국 센터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에 걸쳐 도미니카 농림축산연구청(IDIAF)과 협력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선진 씨감자 생산 보급 기술을 추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콘스탄샤 지역에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이 곳 농업환경에 알맞은 씨감자 생산 기술로 농가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김원일 코피아 도미니카공화국 센터 소장은 “씨감자 수입에 따른 외화 지출을 줄이기 위한 씨감자 보급사업의 확대는 먼저 기반 시설의 대폭적인 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라며 “이를 위해 코피아-IDIAF는 지난해 말 망실하우스 60동 건설을 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또 씨감자 생산을 위한 전용 조직배양실 설치를 콘스탄샤에서 추진중이다. 부족한 전기공급을 위해 태양열 발전기를 구입할 예정”이라며 “씨감자 생산 보급을 위한 조직배양, 수경재배, 종자검사 및 관리, 인증제도 및 법제화 등 분야별 전문인력 확보 및 교육훈련과 씨감자 생산・수매・저장・보급 등을 담당할 전담기구나 사업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씨감자 강국’ 한국의 놀라운 기술력
감자는 영양번식을 하는 작물로 주로 씨감자를 이용한다. 벼나 콩 같은 종실로 번식하는 작물에 비해 씨감자 크기가 크기 때문에 초기 생육이 빠르고 재배기간이 짧다.
또 수량도 다른 작물에 비해 많다. 반면 씨감자가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씨감자를 통해서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바이러스가 이어지고 늘어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를 심으면 감자 수량이 10~90% 감소될 수 있다. 따라서 농민들은 안전한 감자 재배와 다수확을 위해 매번 바이러스가 없는 무병 씨감자를 구입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
1970년대까지 우리 나라는 씨감자를 외국에서 수입, 2~3회 증식해 농가에 공급했다. 1980년대 무병씨감자 생산을 위한 조직배양 기술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렇게 생산된 조직배양묘들을 온실에서 포트에 한포기씩 심고 꺽꽂이를 통해 기본종 씨감자를 생산했다. 80년대 후반에는 조직배양묘를 온실이 아닌 배양실 안에서 기내소괴경(인공씨감자)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수경재배 기술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단점들을 보완했다. 수경재배를 통한 기본종 생산으로 1~2명의 인력만으로 관리와 생산이 가능해졌다. 생산되는 씨감자도 10~30g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재배관리가 매우 쉬웠다.
조 소장은 “감자 바이러스는 진딧물을 통해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경재배를 통해 기본종을 생산한 후 기본식물부터 원원종, 원종까지는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망실재배를 통해 씨감자를 생산한다”며 “망실은 모기장 같은 것이다. 진딧물이 망실안에서 자라는 감자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보급종은 노지 포장에서 씨감자 생산 전문 농가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진청은 기본식물까지 생산하고 이후 단계는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원원종과 원종은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 산하 감자원종장이 망실에서 생산한다. 생산비는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지원을 받아 생산하고 있다.
또 감자를 재배하는 동안 씨감자 생산포장에 서로 다른 품종이 섞여 있는지, 병해충 피해는 없는지 등에 대한 포장검사와 농진청, 국립종자원 등 중앙기관과 생산기관인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이 함께 하는 채종단계별 합동진단 등 중앙과 지방이 협력과 지원을 통해 관리 중이다.
조 소장은 “농촌진흥청에서는 봄 재배용으로는 속이 노랗고 맛이 좋으며 갈변이 지연되는 ‘골든볼’ 품종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연중 햇감자를 공급하기 위해서 2기작 품종인 ‘은선’과 ‘금선’을 가을과 겨울에 재배하는 전라남도 보성과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 확대・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8월 8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⑨]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