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3차 방송토론회
金 "최고위원 후보들, 엄호 발언 민망"
李 "'일극' 맞을 수 있지만 '체제' 아냐
당원 열정적 활동, 문제 삼기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세 번째 당권 주자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향한 일극 체제 공방이 화두였다. 이 후보는 "일극이라는 측면에선 맞는 말일 수 있고 체제라는 측면은 틀렸다"며 신경전을 벌였는데, 일각에서 해당 발언을 두고 "궤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두관 후보는 30일 JTBC에서 열린 당대표 TV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일극체제다?'라는 질문에 'O'를 들며 이재명 후보를 가장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전국을 돌면서 최고위원 후보 8명이 경선을 하는데 듣기 민망스러운 여러 가지 '이재명 엄호' 발언을 많이 한다"며 "비틀어 보면 우리 당이 이재명 중심의 일극화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X' 푯말을 들며 "틀린 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일극'이라는 말은 맞을 수 있지만 '체제'라는 면에서는 틀린 말"이라며 "이건 체제가 아니다. 다양한 국민과 민주당원의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시스템으로 인해 생긴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체제라는 말은) 틀렸다"고 반복했다.
이 후보는 '강성팬덤은 다양성을 해친다'는 질문에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팻말을 가운데로 들며 "질문 자체에 오해 소지가 있다. 강성 팬덤은 열성 당원을 지칭하기도 한다. 일부가 과격한 행동과 과도한 주장을 한다면 문제겠지만 열정적 활동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O'를 든 김 후보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팬덤은 환영한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개혁의딸(개딸)은 당내 정치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 같아 염려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치문화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야 중도층을 견인하고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중립적 태도가 효과적이었는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극과 체제는 다르다는 말은 일종의 궤변에 불과하다. 이재명답지도 않고, 사실도 아닌 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안정됐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대한민국 대다수가 아는데 본인만 아니라고 한다"며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대한 억지 해명이고 핑계에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정권교체' 대의와 현재 상황 인식, 개선 의지를 보였으면 어땠을까"라며 "일극체제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게 당원의 고개는 끄덕이게 할 수 있을진 몰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기엔 지나치게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지금, 법정 갇히게 생겼다"
'종부세 완화' 두고 '신경전'
金 "내가 주장했으면 '수박' 몰려"
이밖에 이 후보는 인생 최고 시련 사진을 보여주는 코너에서 "내가 법정에 갇히게 생겼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찍힌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험하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다보니까 개인적으로 겪는 시련도 참 많았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며 "그런데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다.
이 대표가 현재 받는 재판은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불법 후원금' 재판과 20대 대선 당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위증교사 혐의' 총 3개다. 여기에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6월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4개 재판 중 공직선거법 재판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나머지 3개 재판은 집행유예를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앞서 이 후보 측은 대북송금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에서 받게 해달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법원에 냈는데, 대법원은 지난 15일 이를 기각했다. 이 후보는 일주일에 최소 2회, 많게는 4회까지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후보는 "(검찰이)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서 재판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만들고 있다"며 "과거에 독재 정권들은 정치적 상대를 감옥에 보내거나 심지어 죽였는데 그게 여의치 않을 때는 가택 연금도 했다. 지금 제가 법정에 갇히게 생겼다"고 했다.
또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당원과 함께 이 시련을 넘어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연설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 김 후보는 "경남에서 4번 연속 선거에 떨어졌는데, 당시 선거만큼은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서 눈물로 당선을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계속 경남에서 정치를 한 이유는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지수 후보는 자신의 중국 베이징대 학부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강연하기 위해 일주일간 밤새웠다"며 "그때부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세(종부세) 등을 둘러싼 논쟁도 불이 붙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만약 내가 이 후보처럼 종부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를 주장했다면 수박(강성 당원들이 비명계에 사용하는 멸칭)으로 몰렸을 것"이라며 "종부세 완화, 금투세 유예 주장을 철회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세금이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되면 저항이 격화된다"며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어 교조적으로 매달려서 국민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이 문제 때문에 민주당이 종부세에 갇혀 정치적으로 압박받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