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블루페 시작 전부터 인파 몰리고
폭염 속에도 '굿즈구매' 열기 뜨거워
민주역사관·후보 등신대 등 볼거리도
오후 6시 넘어 차기 지도부 확정 전망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블루페, 4개의 섹션 중 '체험 및 굿즈 팝업스토어'에 인파가 몰려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비어 있던 '민주역사관'부터 향했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지만 'Be the Blue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란 문구가 적힌 팔찌를 획득할 수 있었다. 민주역사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방문 기념품인 배지도 받았다.
팝업스토어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기로 했었으나, 10시 30분이 될 때까지도 좀처럼 입장을 받지 않았다. 200여명 정도로 보이는 인파가 땡볕 속에서 자신의 입장 순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블루페 초반 팝업스토어를 제외한 다른 부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원 중심의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포함한 블루페(BlueFestival)를 개최했다.
△당원이 직접 기증한 물품으로 구성해 민주당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민주역사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평등 정책과 이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관련 법·제도를 살펴보는 성평등관 △청년 정책 제안을 담은 민주청년페스타 △체험 및 굿즈 팝업스토어인 더불어존 등 4개 섹션이 당원들을 맞이했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전날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직접 굿즈를 소개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던 행사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하리보 젤리' 광고를 패러디한 론칭 홍보 영상까지 선보이는 등 팝업스토어는 당원들로부터 전당대회 이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당원들은 '온라인에서도 팔아달라' '오픈런을 해야겠다'라며 호응했다.
이날 팝업스토어에선 민주당의 가치가 담겼다는 티셔츠와 머그컵·키링·수첩·에코백 등을 팔았는데, 팝업스토어에 한번 들어간 당원들이 스토어를 벗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당히 느렸다.
스토어가 연 초반 굿즈를 구매하는 이들은 들고 있던 파란 바구니 중 절반 가량씩은 물건을 담는 모습이었다. 바구니에는 티셔츠가 여러 장이 쌓여있었고, 당원들은 다른 굿즈도 하나하나씩 신중하게 살펴보며 쇼핑을 즐겼다.
이른바 '오픈런'을 위해 줄을 늘어선 사람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중장년, 2030 세대 등 남녀를 불문한 사람들이 페스타 시작 전부터 줄을 서 있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3도로 예보되는 등 폭염 속에도 양산을 쓰고, 손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한 장년 남성은 "김대중 티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열의 사람들이 차분했던 반면, 오히려 이들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노년 남성은 이들을 지켜보며 "10시가 넘었는데 빨리빨리 팔지 왜 안 파느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정판이라 준비된 수량이 다 소진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멀찌감치서 구매 열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사람이 많다"며 굿즈 구매를 주저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가 오픈하기를 기다리며 들어갔던 민주역사관에선,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한 상징물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억강부약 노무현'이라는 글씨가 발길을 붙들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기간이었던 지난 3월 당시 총선 후보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의 선거사무소를 찾아서도 "노 전 대통령의 꿈인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과 내가 꿈꾸는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자를 누르고 약한자를 돕는다는 뜻)의 함께 사는 세상, 대동 세상"이라고 엮은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크고 작은 공식석상에서 언급해왔던 '억강부약'이 아예 노 전 대통령의 슬로건이 된 모습이었다.
또한 이재명 전 대표는 정치 여정을 정동영계로 시작했는데, 민주역사관에선 정동영 의원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대통령 출마와 당선 여부를 모아놓은 구간에서는 정동영 의원의 '2007년 17대 대선 출마' 문구와 함께 정 의원의 사진이 당원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니 '당원주권'이란 키워드, 당원 가입 추이 그래프 등이 적힌 벽면이 눈에 띄었다. 이재명 체제는 '당원주권시대'를 천명하고 이번 전당대회도 전국대의원대회가 아닌 전국당원대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재명 전 대표의 상징물들은 이 전 대표의 사진 등이 아니라 '당원주권'이란 글씨로 치환돼 전시된 것과 같이 느껴졌다.
이 전 대표는 당원권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여왔는데, 이날 민주당은 이에 부합하듯 전당대회의 메인 장소인 KSPO돔 옆 핸드볼 경기장에선 중앙당과 시도당 당원존 출입이 가능한 '카드형' 당원증을 발급해 많은 당원들의 호응을 받았다. 당원증을 받아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당원증을 발급받았냐고 서로 묻는 이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블루페가 열린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축제 그 자체"라며 "유능한 대중정당으로, 민생정당으로 나아가는 민주당과 함께해달라"고 강조했다.
팝업스토어와 민주역사관 인근을 벗어나 각 후보 캠프의 홍보부스가 마련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간 사이에 각 후보들의 실물을 담은 등신대가 서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이재명 전 대표의 등신대와 기념 촬영을 하는 당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 준비된 콘텐츠들 중 등신대까지는 큰 인기는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그마저 관심은 이재명 전 대표의 등신대에만 집중됐다.
좀 더 발걸음을 옮기니 '억강부약 대동세상'이란 글씨를 옷에 붙인 사람이 "정봉주는 사퇴하라"란 내용의 피켓팅을 하고 있었다. 옆의 남성이 든 피켓 내용은 '분열자 정봉주 사퇴하라'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옆에 있던 여성도 "같이 봉다리(정봉주 후보를 비하하는 명칭)를 찢자"는 내용의 유튜브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이 부근에서는 계속 "봉다리 사퇴!"라는 외침이 들렸다.
전당대회 시간이 가까워오자 올림픽공원으로 속속 모여드는 지역별 버스, '나의 대통령 이재명'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발걸음을 하는 여성들, KSPO 돔 앞에 더민실·내조의여왕 ·잼잼기사단의 상징 깃발도 눈에 띄었다.
각 최고위원 후보 캠프 관계자들도 속속 현수막을 들고 등장했는데, 유독 정봉주 캠프 관계자나 정 후보의 응원 무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재명팔이 척결' 발언으로 강성 당원들의 대대적 반발을 사고 있는 정 후보와 관련한 것은 소규모의 '사퇴 요구' 시위 이외에는 아예 목격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정견 발표에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혼자 왔다. 진정한 싸움은 혼자 싸우는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7월 20일 제주도 합동연설회를 시작, 전날까지 17곳 지역 순회 경선을 마친 민주당은 이날 전당대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민주당은 오후 1시부터 전당대회를 본격 시작했으며 이날 오후 6시가 넘어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은 권리당원 투표 56%, 대의원 투표 14%,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