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추진한 강성두 사장 “양사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로 공개매수 추진 결정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 도모” 비판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의 공개매수 추진 배경에 대해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와 손을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이번 공개매수를 주도한 인물로, 시장 설득을 위해 적극 소통에 나선 모습이다.
강 사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은 애초에 영풍의 살(자본)과 피(인력)로 빚은 자식”이라며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죽했으면’이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애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며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사태가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는 오랜 세월 공동으로 정광구매를 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양사 합쳐서 연 200만t)와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경쟁사들 대비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올해 4월 고려아연은 공동구매도 중단한다고 모든 정광 원료 구매처에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심지어는 기존 거래처에 영풍은 곧 망할 회사니 거래에 신중하라는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고 언급했다.
공개매수 추진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4월 15일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는 영풍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수출할 수 있는 항만부두 내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계약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유지할 수 없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양사의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을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당사와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회장이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비판했다. 강 사장은 “(최 회장은)대표이사로 취임 후 2022년, 2023년 두 해 동안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무려 16%의 지분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 기능을 무시해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미 위반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 사례들로 실제 회사의 큰 손실을 끼쳤으며, 재무적으로 위험상태에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우리가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훼손된 이사회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직계 포함 2.2%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 최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 양 회사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두 가문에 의한 경영시대를 매듭짓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기반한 전문경영인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들의 고용은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신사업은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