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말할 수 없는 비밀' 대만 리메이크 시도
대만 청춘 로맨스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들이 젊은 피를 내세워 순수하고 풋풋한 감성으로 극장가에 나선다. '청설'부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지 한국 관객들은 오랜만에 순수한 청춘 로맨스를 마주하게 됐다. 빠른 전개와 호흡, 자극적인 OTT 콘텐츠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이 무해한 감성의 리메이크 영화들이 신선한 설렘이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나는 영화는 홍경, 노윤서, 김민주 주연의 '청설'이다. '청설'은 재해석되면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요소를 더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언니가 동생의 사랑을 응원했다면 한국판 '청설'에서는 동생이 언니의 사랑을 응원한다. 이는 자매 관계에 K-장녀의 책임감을 담아 한국의 가족 문화를 반영한 설정이다. 조선호 감독은 "리메이크는 똑같이 가져오든, 다르게 가져오든 어려운 것 같다"라며 "'청설'은 원작의 순수한 감정들을 최대한 가져오되 한국 정서에 맞게 풀어내려 했다. 또 저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원작보다 각 인물의 대한 정서, 고민들, 관계에서 오는 생각들을 담았다"라고 원작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의 나라, 남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청설'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20대의 풋사랑을 그리는 만큼 20대 배우들로 캐스팅을 무장했다. 최근 충무로의 고령화된 배우층에 대한 반응과 대조적으로, 홍경, 노윤서, 김민주는 청춘의 풋풋함을 그대로 전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더욱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간다.
홍경은 "선배님들 만큼 저희가 경험이 많지는 않다. 그러면 우리가 극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면 새로움이다. 새로움 안에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있다. 또 이 시기를 지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20대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장르를 통해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청설'에 이어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두 작품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기대를 모았다.
다만 인기 원작의 리메이크는 화제성 선점할 수 있지만, 원작의 감성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낼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상견니'는 원작과의 차이가 커 원작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는 대만 로맨스 영화가 갖는 고유의 감수성을 잘못 해석하면 한국 관객들에게 어색함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에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가 원작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한국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현재 OTT 플랫폼을 통해 자극적이고 강렬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설’을 비롯한 대만 로맨스 리메이크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청정하고 무해한 감성을 전달하는 시도다. ‘도파민’을 찾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순수한 로맨스가 스트레스를 벗어나 단순하고 맑은 감정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자극적인 콘텐츠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의 정서를 환기할 수 있는 방식이 통한다면 극장가 장르의 다양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행보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