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업적 집착했던 文
북미 불신 자초하며 마무리
尹 2년반 성과 집약된 워싱턴 선언
국익 위해선 포기도 각오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 복귀를 결정지었다.
일찍이 '트럼프 재선'에 힘을 실었던 일본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정권교체 가능성을 50%로 보고 '열린 결말'을 고집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바닥을 맴도는 상황에서 그나마 긍정적 평가를 받은 대외정책 연속성에 기대를 건 측면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굵직한 결과물을 여럿 도출했다. 특히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협의그룹(NCG) 창설은 대북 억지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양국은 세 차례의 NCG 회의 끝에 지난 여름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마련했다. 바이든 2기가 출범하면 해당 지침을 토대로 작전계획을 수정해 북한 핵사용을 가정한 연합훈련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자나라를 왜 지켜주느냐'는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으로 기존 로드맵에 '빨간불'이 켜졌다.
윤 정부는 지난 2년 반의 성과가 집약된 '워싱턴 선언 살리기'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윤 대통령이 국내 핵무장 여론에 선을 긋고 비확산 체제 수호를 공언할 수 있었던 건, 워싱턴 선언에 따른 '핵 기반 한미동맹'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선언이 흔들리면, 윤석열 정부의 안보 구상도 통째로 휘청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책 연속성 추구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4년 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 재선에 사실상 올인했다. '북한 중심 대외정책'을 펼친 문 정부 입장에선 남·북·미 정상이 도출한 여러 합의들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닻을 올렸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유산을 거부할 것으로 관측됐다. 문 정부의 끈질긴 설득 끝에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북정책 목표로 설정하며 싱가포르 선언을 사실상 계승했다.
고무된 문 정부는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북한 대변인' 노릇까지 마다치 않았다.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임기 내 성과에 목말랐던 문 정부는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옆구리를 찔러댔다. 처절한 노력의 결과는 처참했다. 북한은 배신감을 표했고, 미국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북미 모두의 불신을 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찢겨나갔다.
윤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구워삶아 지난 2년 반의 성과를 고스란히 이어가길 바랄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정책 연속성의 초점은 임기 내 업적이 아닌 국익에 맞춰져야 한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 살리기에 집착하면 할수록 트럼프 당선인은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워싱턴 선언도 기꺼이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으면서도 더 큰 국익을 거머쥐는 '새로운 판'까지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