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반지를 낀 LA 다저스가 사이영상에 빛나는 좌완 블레이크 스넬(31)을 잡았다.
다저스 구단은 1일(한국시각) "스넬과 5년 총 1억8200만 달러(약 254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지난해 FA 대형 계약을 원했던 스넬은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1+1 계약’에 만족했는데 옵트 아웃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계약에서 벗어나 다저스 품에 안겼다.
스넬은 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AL 사이영상을, 202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최정상급 좌완이다. 부상 탓에 전반기 활약은 없었지만, 후반기 12경기 5승 평균자책점 1.45를 찍었다. 노히터 게임을 선보였던 8월의 평균자책점은 1.64. 가을에도 포심에 힘이 붙어 있었다는 것은 다저스를 끌어당긴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겨울 뉴욕 양키스로부터 6년 1억 5000만 달러의 조건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다저스에 왔다. 계약 기간은 1년 짧지만, 오히려 총액은 3200만 달러나 많다. 스넬은 데이비드 프라이스(7년 2억1700만 달러), 클레이턴 커쇼(7년 2억15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의 대형 계약을 한 좌완 투수가 됐다.
계약과 관련해 또 흥미로운 점은 역시 지급 유예(Defer)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넬은 계약금으로 520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받는다. 5년 동안 연봉 2600만 달러를 수령해야 하지만, 계약 만료 뒤 매년 13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토미 에드먼도 다저스와 5년 74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이 중 2500만 달러는 지급 유예다.
다저스의 지급 유예 카드는 당장의 연봉 부담과 사치세 여파를 크게 줄이면서 또 다른 대어를 낚을 수 있는 묘수로 평가받는다.
시작은 오타니 쇼헤이였. 10년 7억 달러(약 9755억원) 계약 총액의 97%를 지급을 유예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전 세계 프로스포츠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연봉 7000만 달러(약 975억원) 중 6800만 달러(약 948억원)를 계약 기간이 끝난 2034년부터 2043년까지 10년 동안 무이자로 받는다. LA 다저스에서 뛰는 10년 동안 실수령액은 매년 200만 달러(약 28억원) 수준이다.
다저스가 꾸준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자신도 월드시리즈 무대에 자주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 오타니의 지급 유예가 있었기에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최고의 전력을 구축해 월드시리즈 정상에 등극했다. 이번에는 스넬을 잡았다. 부상을 털고 돌아올 투수 오타니를 비롯해 야마모토-스넬-커쇼-타일러 글래스노우-보비 밀러-더스틴 메이 등 올스타급 6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디퍼가 당장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구단과 선수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적용되고 있는 것이 디퍼 카드다. 그러나 이런 카드도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빅마켓 팀에나 가능해 스몰마켓 팀들이 내는 불만의 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