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쪼개고 중간지주사 세워 SKT 투자 리스크 해소
지분법 이익으로 실탄 확보…M&A로 글로벌 공격 투자
10일 SK텔레콤 이사회에서 결의된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회사는 이변이 없는 한 박정호 사장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신설회사로 편제된 SK하이닉스의 부회장으로 두 회사 수장 자리를 겸하게 된다.
이번 분할로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계열 지배구조상 중간에서 짊어져야 했던 투자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신설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와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뛰어들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T신설투자(신설회사)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신설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무대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형 반도체와 혁신기술에 투자하고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에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신설회사에는 총 16개 회사가 편제됐다.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FSK L&S ▲인크로스 ▲나노엔텍 ▲스파크플러스 ▲SK텔레콤 CST1 ▲SK텔레콤 TMT 인베스트먼트 ▲IDQ ▲테크메이커 등 ICT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서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곳들로 배치했다.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자회사 배당수익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국내외 반도체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분할은 SK하이닉스의 투자 실행력을 강화하는 목적이 컸다. 기존 ICT 계열 지배구조는 SK(주)→SKT→SK하이닉스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SKT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구조였다.
그룹 내 가장 높은 투자 여력을 갖춘 SK하이닉스의 운신 폭에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M&A를 진행할 경우 피투자회사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그룹 차원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는 ICT 분야 M&A에 있어 위험 부담이 컸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유·무선통신 사업부문을 뗀 신설회사는 이런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투자에 제약을 받지만 신설회사는 기존 사업부문이 받을 영향을 신경 쓸 필요 없이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되는 실탄(지분법 이익)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서며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에 나섰으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분할로 신설회사를 통한 추가 인수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분할로 투자 위험 부담을 덜어낸 중간지주사가 확실히 생기면서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사장의 투자자 역할이 확대되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이번 분할은 더 큰 미래를 여는 SK텔레콤 2.0 시대의 개막”이라며 “회사의 미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IC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