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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등록임대 옥죄기…절반 싼 '알짜전세' 씨말린다


입력 2021.06.16 05:48 수정 2021.06.15 16:37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임대사업자 전·월세 임대료, 시세 대비 최고 68% 저렴

與 '생계형' 제외 제도 폐지 언급…"서민 주거부담 가중 우려"

임대사업자들의 등록임대주택 임대료가 일반 전·월세보다 40%가량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뉴시스

임대사업자들의 등록임대주택 임대료가 일반 전·월세보다 40%가량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정부 여당이 임대사업자를 옥죄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에선 알짜 임대주택이 빠르게 소진돼 서민 주거부담을 가중시킬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전국에 등록된 임대주택 88곳에 대한 평균 임대료와 같은 조건의 일반 전·월세 임대료를 각각 비교한 결과, 등록임대주택의 평균 전·월셋값은 3억514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전·월세 매물의 평균 임대료가 4억9765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1억9251만원(39%) 저렴하다.


등록임대주택 중에는 전셋값이 비등록임대주택 대비 68% 싼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목동 '호반베르디움센트럴포레' 전용 84㎡는 현재 5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진다. 같은 평형대 등록임대주택의 전셋값은 이보다 3억4000만원 저렴한 1억6000만원 수준이다.


경기도 남양주 '호평마을대주파크빌' 전용 84㎡의 전세 시세는 4억5000만원 선이지만 같은 기준 등록임대주택의 전셋값은 절반 가격인 2억2000만원이다.


서울에선 시세보다 5억원 이상 저렴한 등록임대 매물도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시장에 나온 전세매물은 11억원 수준이다. 등록임대주택은 이보다 5억150만원 저렴한 5억985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2017년 말 정부는 세입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집주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겠다며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권장했다. 사진은 5월14일 진행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탄합 규탄 기자회견 모습이다.ⓒ데일리안 배수람기자

이처럼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전·월셋집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건 2017년 말 정부가 임대주택등록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세입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집주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겠다며 해당 제도를 권장했다.


임대사업자는 최장 10년간 의무임대기간을 유지해야 하며 임대료 상한선도 5%로 제한된다.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임대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다주택자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이듬해부터 돌연 제도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7·10대책으로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등록제도를 없앤 데 이어 올 들어 여당은 모든 유형의 매입임대를 폐지, 말소 후 6개월 내 임대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일부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한해 제도를 유지하겠다며 관련 세부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하지만 생계형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해 시장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 여당이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쥐락펴락하는 동안 전세시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2법이 도입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3만5422건이다.


이 중 반전세와 월세는 4만6031건으로 전체 임대차거래의 34%를 차지한다. 시행 전 동일한 기간과 비교하면 6%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전세 매물이 줄고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매물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소재 등록임대주택에 월세로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지난해 전세 계약이 만료돼 집을 새로 구해야 했는데 이미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수중에 쥔 돈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라며 "부동산에서 임대사업자 월세 물건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뛰어가며 가계약금을 송금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토로했다.


이달부터 전월세신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데다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치면 당장 하반기부터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임대인협회는 해당 제도 폐지 시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증액하게 돼 전·월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창엽 협회장은 "등록임대 제도는 서민 주거안정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쫓기듯 단기간에 결과를 내놓으려다 더 큰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변경하는 데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론 임대차시장 당사자인 임대인, 임차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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